배수로에 버린 담배꽁초가 목숨을 앗아갔다…도톤보리 화재 1년[이세계도쿄]
CCTV에 찍힌 화재 15분 전 투기 장면
기준 어긴 외벽 간판·실외기 타고 번져
건물 2채 태우고 소방관 2명 목숨 앗아
거리 흡연·꽁초 무단투기 엄벌론 고개
“단속 실효성·흡연소 확충 필요” 반론도
월요일이던 지난해 8월 18일 오전 9시30분쯤 일본 오사카 대표 번화가 도톤보리강변 산책로에 접한 빌딩 앞에서 30대 남성이 배수로에 버린 담배꽁초는 지상 6·7층 높이 건물 두 채를 태우고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작은 담뱃불이 인명을 삼키고 만 불길로 바뀌는 데는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담배꽁초가 던져진 배수로에는 페트병과 비닐봉지 등이 흩어져 있었다. 오전 9시45분 6층 빌딩 1층 외부에서 솟은 불은 에어컨 실외기와 대형 옥외 간판을 타고 위층으로 치솟았다. “벽면을 기어오르듯 위쪽으로 뻗었다”고 오사카시 소방국은 묘사했다. 이 불은 나란히 붙은 동쪽 7층 빌딩 5층의 창문형 에어컨을 통해 내부로 들어갔다. 불붙은 에어컨이 사무실 안으로 떨어지면서 가구와 서류 등에 불이 옮겨붙었고 내부 계단을 통해 6층으로 퍼져나갔다.
인근 점포 종업원은 119에 신고하면서 “소리가 나고 연기가 올라와서 보러 나갔더니 1층에서 엄청난 불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새빨간 불길이 확 치솟았습니다”라고 전했다. 다른 종업원은 “무언가 떨어진 듯한 ‘쾅’ 소리가 났습니다. 가스 폭발인가 생각했는데 주변이 새하얗게 변했습니다”라고 신고했다.
이 무렵 불길은 이미 약 3층 높이까지 치솟아 있었다. 5분쯤 뒤에는 짙고 검은 연기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소방차 72대, 소방헬기 1대, 소방정 1척, 소방관 258명이 투입됐다. 나니와소방서 에비스출장소 소형탱크소대 모리 다카시(55) 소방사령과 나가토모 미쓰나리(22) 소방사는 다른 대원 1명과 함께 오전 9시59분 동쪽 빌딩 북쪽 출입구로 진입했다.
도톤보리 화재 당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한 모습. 실제 장면을 참고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일러스트모리 소방사령은 낮 12시10분, 나가토모 소방사는 12시11분 동쪽 빌딩 6층 내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이송됐고 각각 낮 12시45분, 12시51분 사망 선고를 받았다. 사인은 산소 결핍에 의한 질식이었다. 불은 오후 7시2분이 돼서야 완전히 꺼졌다. 두 소방관이 숨진 지 6시간10여분 뒤다.
오사카부 경찰은 화재 발생 약 11개월 만인 지난 14일 최초 발화 원인을 담배꽁초로 특정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무엇이 최초의 불씨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경찰은 에어컨 실외기 전기계통 합선이나 실외기 자체 발화 가능성 등을 의심했다. 방범카메라 영상과 연소 흔적, 관련자 진술 등을 대조한 끝에 담배꽁초가 발화 원인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날 담배꽁초를 버린 남성은 화재가 난 빌딩 내 음식점 종업원이었다. 경찰은 그를 중과실실화 혐의로 검찰에 넘기면서 ‘엄중 처벌’ 의견을 냈다.
투기 사실만으로 담배꽁초를 발화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었다. 불이 처음 크게 관찰된 곳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여러 대 설치돼 있었다. 경찰은 실외기 내부의 전기 합선이나 단락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도 검토했다.
담배 꽁초를 배수로에 버리는 모습.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일러스트현장 감식에서는 서쪽 빌딩 1층 실외기 부근이 심하게 탔고 그 주변에서 담배꽁초도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불에 탄 흔적과 실외기 상태, 방범카메라 영상, 불이 번진 방향과 시간을 대조했다. 실외기 내부에서 불이 시작된 흔적보다 외부에서 발생한 불이 실외기로 옮겨붙은 흐름이 뚜렷했다.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배제한 끝에 배수로에 버려진 담뱃불이 주변 가연물을 태우면서 화재가 시작됐다고 결론 내렸다. 거의 1년이 지나 있었다.
화재 직후 영상을 살펴본 사카구치 다카오 전 도쿄소방청 아자부소방서장은 지난해 8월 간사이TV 정보 방송에 출현해 “초기 단계부터 건물 전체를 덮을 듯한 불길에 휩싸이는 화재는 매우 드물다”며 “번화가 빌딩의 특징인 외벽 광고판에 불이 붙어 순식간에 번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TV아사히 의뢰로 같은 영상을 분석한 다나카 아키라 전 도쿄소방청 특별구조대원은 “일반적인 내화 건축물이라면 외벽을 따라 불길이 저렇게 올라가는 일은 거의 없다”며 “외부에 설치된 광고 시트가 불길의 상층 진입을 앞당겼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도톤보리 화재 당시 불길 확산 경로. 오사카시 소방국 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참고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화재 건물 외벽에 설치된 간판은 모두 4개였다. 높이는 각각 2.9m, 3.3m, 3.9m, 8.6m였다. 건축기준법 제64조는 높이 3m 초과 간판의 주요 부분을 불연재료로 만들거나 덮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기준을 충족한 간판은 없었다. 일부에는 현수막이나 천막에 사용하는 두꺼운 비닐천인 타폴린과 알루미늄 복합판이 사용됐다. 간판을 받치는 목재 구조물도 있었다.
소방 당국의 연소 실험 결과 현장에서 사용된 간판 소재는 불연 재료보다 불길이 높게 치솟고 오래 타는 경향을 보였다. 실외기가 불길에 노출되면서 내부 윤활유에 불이 붙은 것도 화세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담배를 버린 남성이 불씨를 만들었다면 법에 맞지 않는 간판과 목재 구조물, 실외기는 불길을 위층으로 운반하고 확대하는 통로가 된 셈이었다.
이때 한 소방대원이 사무실 문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외부 공기 유입으로 내부에 쌓인 가스가 폭발하듯 타올랐다. 이 현상을 백드래프트라고 한다. 이때 발생한 불길과 짙은 연기, 고열이 실내 계단을 통해 6층으로 올라가 그곳에서 작업 중이던 모리 소방사령과 나가토모 소방사의 퇴로를 막았다.
지난해 8월 18일 도톤보리 화재 당시 소방대원이 해당 건물에 진입한 모습. 오사카시 소방국 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참고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일러스트경찰은 소방 지휘와 구조 과정에 업무상과실치사 등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조사했지만 소방 측 과실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백드래프트를 예측하기 어려웠고 구조 지연 상황도 피하기 힘들었다고 봤다.
오사카시 소방국 사고조사위원회는 현장에서 위험 정보와 진입 대원의 위치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점을 개선 과제로 지적했다. 소방국은 정보 전달과 지휘 체계를 보완하기로 했다.
나가토모 소방사의 유족은 “이번 비극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담뱃불 취급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귀중한 생명이 다시는 희생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강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산업의인 이노우에 도모스케씨는 관련 기사에 대한 전문가 댓글을 통해 “모리씨와 나가토모씨는 누군가의 부주의를 목숨 걸고 떠안았다”며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시작이 너무도 무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8일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화재 당시 모습. 실제 장면을 참고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일러스트일본 형법은 부주의로 불을 낸 일반 실화와 주의의무 위반이 현저한 중과실실화를 구분한다. 중과실은 일반적인 실수보다 훨씬 무거운 부주의를 뜻한다. 위험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다.
중과실실화는 3년 이하 구금형이나 150만엔 이하 벌금으로 형량이 더 무겁다. 일반 실화는 최대 50만엔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끝난다.
경찰은 해당 남성이 단순히 담배를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 불을 완전히 끄지 않은 채 가연물이 흩어진 배수로에 버렸다고 판단했다. 담뱃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걸 알았고 가연물에 닿으면 불이 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화재가 난 빌딩의 음식점에서 일해 주변 환경을 알고 있었던 점도 주의의무 판단에 고려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 온라인 이용자는 사고 조사 결과를 전한 기사에 댓글로 “이번 결과가 막대하다고 해서 곧바로 중과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담배꽁초 투기를 중과실로 인정하는 판단을 지지하고 싶다”고 적었다.
경찰은 불붙은 꽁초를 가연물이 있는 장소에 버리면 불이 날 가능성은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소방대원 2명이 숨질 가능성까지 예상하기는 어려웠다고 봤다. 최초 꽁초 투기와 대원 사망 사이에는 불법 간판, 건물 구조, 백드래프트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소방대원들이 도톤보리 화재 조사 과정에서 현장 진압 상황을 재현 중인 모습. 오사카시 소방국 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참고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일러스트수사 결과 보도 후 일본 온라인에서는 ‘꽁초 투기’라는 표현이 행위의 위험성을 축소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꽁초 투기라고 하면 쓰레기 문제처럼 들린다”며 “불이 붙은 것을 버렸다면 방화미수에 준해 다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입증하지 못했을 뿐 주택이나 쓰레기장, 차량, 산불 가운데 꽁초 투기가 원인인 사례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며 “꽁초 투기 자체를 범죄로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활 현장에서 꽁초 투기를 반복적으로 목격한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 이용자는 “매일 회사 앞길을 청소하지만 담배꽁초가 없는 날은 거의 없다”며 “비가 온 뒤에는 도로에 달라붙어 치우기도 어렵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배수로 안에는 마른 풀과 쓰레기가 쌓인 곳이 많다”며 “(꽁초가)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사카시는 전역에서 노상흡연 금지하고도 막상 단속이 느슨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금지구역에서도 노상흡연을 흔히 본다”며 “사진이나 방범카메라 영상을 이용해 신고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단속 지도원도 17명에서 92명으로 늘렸다. 시 조사에서는 노상흡연 비율이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사이TV 취재진이 지난 1월 도톤보리가 있는 미나미 지역 단속을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위반자 18명이 적발됐다.
일본 오사카에서 지도원들이 거리 흡연을 단속 중인 모습. 간사이TV 보도 장면을 참고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일러스트금지구역 확대가 흡연자를 골목과 건물 뒤편으로 밀어내 꽁초 투기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지정 흡연소가 부족하고 기존 흡연소가 붐빈다는 흡연자들의 불만도 나온다.
노상흡연 정책과 실태를 연구해온 무라나카 요스케 긴키대 경제학부 준교수는 지난 2월 대학 보도자료에서 “흡연소 등 분연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규제가 앞서면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양쪽 모두에게 바람직한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충분한 수의 흡연소를 정비하고 벌칙과 단속도 강화해야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지내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담배 화재 상당수는 꽁초를 쓰레기통이나 침구, 종이류 등 부적절한 장소에 두거나 완전히 끄지 않아 발생한다. 담배 끝은 불꽃이 보이지 않아도 내부에서 상당 시간 그을릴 수 있다. 겉으로 꺼진 것처럼 보여도 주변 물질에 열을 전달하면서 뒤늦게 불길이 생기기도 한다.
소방대원들이 도톤보리 화재를 진압 중인 모습. 실제 장면을 참고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일러스트아난시 소방본부는 “가연물과 기상 조건에 따라 10여 분 만에 불꽃이 생기기도 하지만 과거 실험에서는 방석이나 의류 등에 담배를 놓은 뒤 10시간 이상 지나 불길이 치솟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꽃 없이 내부에서 서서히 타는 ‘무염연소’가 장시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흡연 예절 계도와 담배 화재 예방 활동을 벌이는 일본담배협회는 “본인이 담뱃불을 제대로 껐다고 생각했는데도 화재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경고했다.
재떨이에서 담배를 비벼 껐더라도 흡연 도중 떨어진 작은 불씨가 이불이나 의류 등에 남을 수 있다. 불씨가 매우 작으면 불꽃 없이 서서히 타는 상태가 약 10시간 이어진 뒤 불길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빈 캔이나 페트병을 재떨이 대신 사용했다가 화재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협회는 꽁초를 물이 담긴 재떨이에 넣어 완전히 소화할 것을 권고하며 “담배를 피운 뒤에는 반드시 불이 완전히 꺼졌는지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Comments
탐진치3독
08.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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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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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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