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물을 펌프처럼 빨아들여‥8월에 산이 불타고 땅은 쩍쩍 ㄷㄷㄷ
현재 미국과 캐나다의 산림을 태우고 있는 대형 산불입니다. 미국만 따져도 아직 진화되지 않은 대형 산불이 100건 가량 타오르고 있고 그중 절반은 오리건과 워싱턴주 등 미국 북서부에 집중돼 있습니다.
올 들어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4만6천 건이 넘는 산불이 나 260만ha의 숲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축구장 375만 개 넓이로 이맘때 기준으로 역대 최대 피해입니다. 거대한 산불들이 뿜어낸 연기는 대륙을 뒤덮었습니다.
프랑스 등 유럽 산불도 심각합니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450건이 넘는 산불로 9만3천ha가 불탔는데 압도적인 차이로 신기록입니다.
프랑스 산불 피해 (ha) : 올여름 프랑스의 산불은 6월 하순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피해 면적이 예년 수준을 최대 9배나 웃돌고 있다.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다. (출처: EFFIS)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7월과 8월, 9월은 1년 중 산불 발생률이 가장 낮은 시기입니다. 올해는 폭염이 절정이던 8월 상순에만 1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산불이 난 곳은 모두 남부 지방입니다.
올해 상황이 얼마나 특이한지는 지난 5년간 산불 기록과 비교하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8월 상순에 발생한 산불이 단 1건도 없었습니다.
8월 상순 발생 산불 지점 및 건수 : 2022~2025년에는 한 건도 없었던 8월 상순 산불이 올해 11건이나 발생했다. 올해 8월 산불이 얼마나 이례적인지 알 수 있다. (출처: 산림청)
시선을 과거로 더 돌리면 2018년이 나옵니다. 2018년은 8월 상순에만 20건의 산불이 발생해 여름 산불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한 해입니다. 2018년과 올해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입니다.
전국 97개 공식 관측소의 최고기온 신기록 보유 현황을 보면, 2018년이 42곳, 올해가 29곳입니다. 2018년과 올해가 폭염 최고기록의 양대 산맥이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기록적인 산불이 발생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8월 산불이 급증한 이유는, 폭염으로 뜨거워진 땅에서 막대한 물을 하늘이 빨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빨아들였습니다.
가뭄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경남 지방의 저수율을 보면, 초여름인 6월 중순까지만 해도 예년 수준을 웃돌았습니다. 그러나 6월 하순부터 저수율이 줄어들더니, 7월 말부터는 더 급격히 떨어져 지금은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경남 지방 저수율 변화 및 전국 저수율 단계: 경남 지방의 저수율은 6월 중순까지 예년 수준을 웃돌았지만, 6월 하순부터 급격히 떨어졌다. 경남 밀양과 거제 등지의 저수율은 ‘심각’ 단계까지 악화됐다. (출처: 농업가뭄센터)
장마전선이 주로 중부 지방에 비를 뿌리는 동안 남부 지방은 극심한 폭염과 맑은 날씨로 막대한 물이 증발해 하늘로 사라졌습니다. 밀양의 경우, 7월 한 달 동안 내린 비는 29.4mm에 불과한데 증발량은 190.3mm에 달했습니다.
내린 비의 6배나 넘는 물이 하늘로 사라졌습니다. 많은 저수지의 저수율이 30% 아래까지 떨어지면서, 경남 지방은 지난해 8월 강릉에 이어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됐습니다.
단순히 비가 덜 와서 가뭄이 단기간에 급속히 악화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폭염과 가뭄 지역이 대부분 겹치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올여름 전 세계에서 폭염과 가뭄, 산불 상황이 가장 심각한 유럽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관측 이후 최악의 폭염이 강타하고 있는 서유럽은 프랑스와 독일, 영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토양 수분이 관측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라인강과 다뉴브강 등 유럽의 주요 젖줄은 관측 이후 최저치로 수위가 떨어졌습니다. 토양 수분이 사라지고 하천 수위가 급락하면서 농작물은 물론, 하천을 이용하는 물류 시스템과 하천수를 냉각수로 쓰는 원전 등 에너지 시설도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7월 유럽 토양 수분 및 하천 유량 : 왼쪽 그림에서 가장 짙은 갈색은 관측 이후 토양 수분이 최저치로 떨어진 지역이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 남부는 토양 수분이 거의 다 말랐다. 오른쪽 그림에서 가장 짙은 붉은색은 하천 유량이 관측 이후 최저치를 보인 하천이다. 유럽의 젖줄인 다뉴브강과 라인강 등 많은 하천의 유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출처: C3S)
ECMWF는 이를 전형적인 폭염-가뭄 되먹임(피드백) 현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되먹임은 폭염이 가뭄을 강화하고, 강해진 가뭄이 다시 폭염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말합니다.
뜨거운 날씨는 증발산 작용을 통해 토양과 식물이 더 많은 수분을 잃게 합니다. 토양 수분이 고갈되고 식물이 더 건조해지면, 물이 증발할 때 열도 같이 가져가는 증발 냉각 효과가 줄어들어 기온이 더 상승하게 됩니다.
식물이 건조해지면 산불 발생 위험도 더 높아집니다. 이것이 바로 올여름 유럽과 북미, 우리나라 남부 지방 등 지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유엔 기후변화보고서(AR7) 주저자인 예상욱 교수(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는 이 같은 폭염-가뭄 되먹임 현상이 지구 온난화로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물 순환이 빨라지면서 지면과 대기가 상호작용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2000년대 초가 중요한 분기점으로 분석됐는데, 2000년대 초부터 전 세계 폭염-가뭄 되먹임 발생 지역의 증가 속도가 이전보다 4배 이상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폭염 선행형 가뭄과 가뭄 선행형 폭염 등 복합 재난이 둘 다 급증했는데, 그중 폭염 선행형 복합 재난의 강도가 두 배 이상 강력했습니다.
폭염-가뭄 복합 재난 피해 면적(%) : 2000년대 이후 폭염-가뭄 되먹임으로 인한 피해 면적 증가율이 연 0.3%에서 1.42%로 4배 이상 가팔라졌다. (출처: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지구의 기온이 1.5도가량 오른 지금,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폭염-가뭄 되먹임이 출현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겁니다.
연구진은 현재 지구에서 출현하고 있는 폭염-가뭄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일찍, 더 강하게, 더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경우 농작물 피해, 대형 산불, 공중보건 위기 등 연쇄적인 사회경제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은, 저수지를 비우며 하늘이 빨아들인 막대한 물은 지구상 어딘가로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올라갈 때 급격히 올라갔던 것처럼 내려올 때도 급격히 쏟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더 뜨거워진 지구에서 폭염과 가뭄, 폭우의 강도가 동시에 강해지는 이유입니다.
예 교수는 과거 기준에 맞춰 수립된 대책으로는 강력해진 복합 재난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재난 대응 시스템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 수립된 대책만으로는 재난의 속도와 강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폭염-가뭄으로 발생한 여름 산불은 기존 산불과 뭐가 다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산림청의 말을 들어봅니다. "폭염과 가뭄으로 진화용수 확보가 어려워지고, 진화 작업이 길어질수록 산불진화대원의 온열질환 위험도 높아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용한 수원을 미리 파악하고 신속대응반을 운영해 초동 대응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산림청이 내린 결론입니다. 산불 대응의 예를 들었지만, 모든 분야에서 달라진 상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복합재난... 지금 미국캐다다는 산불 재난중..ㄷㄷ
우리도 중부 지방 밑으로 가뭄임.
지구가 아프다네요.
Comments
ㅋㅋㅋㅋ
08.15 09:43
김군22
08.15 09:43
꿀단지2
08.15 09:45
비목광
08.15 10:59
sss55
08.15 15:51
circle
08.15 19:21
세이쥬로
08.15 21:06
술의눈
08.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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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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