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불타는데 ‘서버 망가진다’ 물 못 뿌리게 했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국정자원 화재 감사 결과
정부 전산 시스템 709개를 마비 또는 소실시킨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당시 국정자원 직원들이 소방관들이 물을 뿌려 불을 끄는 것을 3시간 동안 막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비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물을 뿌리는 것은 배터리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절차였고, 화재 초기 진압이 늦어지면서 이들이 지키려던 장비도 불타고 말았다.
감사원이 7일 공개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경위 및 대응·복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6일 오후 8시 16분쯤 대전의 국정자원 본원 7-1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옮기는 작업 도중 불꽃이 튀면서 불이 났다. 그러나 국정자원 직원과 시설 관리 용역 업체 직원은 119에 신고하고 나서 10분 뒤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국정자원이 만들어둔 ‘화재 대비 비상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이들은 전산실 전체 전원을 내려야 했다. 전산 장비에 물을 뿌릴 것을 대비해, 아직 불이 붙지 않은 전산 장비를 감쌀 방수포도 준비해둬야 했다. 배터리 화재는 겉불을 끄더라도 열 폭주 현상 때문에 다시 불이 붙기 쉽고, 그래서 물을 많이 뿌려 열을 낮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진압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오후 8시 26분 소방관들이 도착해 옥내 소화전을 이용해 불을 끄려 하자 ‘전산망이 손상될 수 있다’며 물을 뿌리는 것을 막았다. 오후 9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한 국정자원 간부도 소방관들에게 ‘물을 뿌려 불을 끄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전산실 내에서 폭발과 열 폭주가 이어지고 불이 확산되자 소방관들이 물을 뿌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고, 국정자원 원장이 이를 뒤늦게 받아들였다. 전산실 전원을 내린 것은 오후 11시 2분, 물을 뿌리기 시작한 것은 오후 11시 13분으로, 화재 발생으로부터 거의 3시간이 된 때였다.
국정자원 직원들이 자체 매뉴얼과 정반대로 물 뿌리기를 반대하면서 화재 진압을 사실상 방해한 것은, 이 매뉴얼 내용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국정자원은 2024년 10월 화재 대비 비상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으나, 이를 담당자 PC에 보관하기만 하고 직원들에게는 배포하지 않았다. 국정자원 직원들은 배터리 화재에 대응하는 방법을 교육받지 않았고, 자체 소방 훈련은 화재 감지기를 시험 작동하고 대피로를 확보하는 것으로, 10분짜리 훈련이었다.
국정자원은 소방청이 화재 대비 정도를 사전 점검하려 했을 때도 이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청은 2024년 국정자원을 비롯한 주요 정보통신 시설에 대해 화재 안전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대전 유성소방서가 국정자원에 공문을 보내 조사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국정자원의 담당 과장은 전산실은 보안 구역이라며 부하 직원에게 전산실 조사는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소방서가 ‘전산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지적했으나, 2024년 5월 13일 조사관들이 현장 조사를 나오자 또다시 조사 거부를 지시했다. 결국 조사관들은 국정자원 청사 복도·계단만 조사하고 전산실과 사무실은 조사하지 못했다.
국정자원의 조사 거부는 화재예방법 위반이었다. 감사원은 “화재가 발생한 7-1 전산실 등에 대해 안전 조사를 미실시해, 화재 대비 능력을 높일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국정자원 화재로 마비된 정부 전산 시스템 709개의 복구를 마무리할 때까지는 3개월 이상이 걸렸다. 이마저도 정부 부처들이 쓰는 클라우드 스토리지인 ‘G드라이브’와 소방청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등 일부 시스템은 백업이 되지 않은 채로 불타버려 복구 불가 처리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화재 발생 전 국정자원이 정부 차원의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으나, 이를 행정안전부 실무자들이 막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자원은 2022년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일어나자 이듬해 1월 정부 각 기관에 시스템이 손상되거나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 원래 시스템의 기능을 대행하는 백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2024년 4월 행안부 실무자들은 이 ‘재해 복구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검토가 미비하고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전문가나 관계 기관 의견 수렴도 하지 않고 자체 판단으로 모든 기관에 ‘관련 투자 금지’를 통보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에야 재해 복구 시스템 구축을 허용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그러자 일부 기관은 재해 복구 시스템 구축 예산을 신청하지 않는 등 손을 놓아 버렸고, 이번 화재 때도 재해 복구 시스템이 구축된 시스템은 709개 가운데 54개(7.6%)에 불과했다.
국정자원도 전산 시스템 다수가 마비됐을 때 어느 것을 우선적으로 복구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전략을 세워 놓지 않아, 최우선 복구가 필요했던 시스템 58개 가운데 12개가 복구에 3주 이상 걸리는 등 전체적인 복구가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스템 15개는 이번 화재로 데이터가 소실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는데, 국정자원이 G드라이브 등 일부 시스템 데이터는 ‘용량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임의로 백업 대상에서 제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백업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국정자원은 백업 데이터 보관 장치 690개 가운데 237개를 원본 데이터가 있는 전산실에 나란히 뒀고, 349개 시스템에 할당된 클라우드 스토리지와 그 백업 데이터 보관 장치도 같은 전산실에 뒀다. 그 결과, 화재로 일부 시스템의 원본 데이터와 백업 데이터가 한꺼번에 소실됐다.
감사원은 국정자원 전산실의 리튬이온 배터리 이설·설치 공사 계약을 따낸 업체들이 전기 공사 자격이 없는 무등록 업체에 불법 하도급한 것이 화재의 원인이었다는 경찰 수사 결과도 재확인했다. 국정자원 직원들은 불법 하도급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알아야 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내버려뒀다. 불법 하도급 업체 등은 배터리 제조사의 기술 지원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배터리 고정 장치의 전원을 차단하지도 않고 케이블 끝의 절연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로 배터리를 이설했다. 이 과정에서 불꽃이 발생하면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감사원은 행안부에 배터리 이설 공사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거나 화재 안전 조사를 거부하도록 한 국정자원 직원들을 징계하도록 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국정자원에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줬다.
감사원은 또 국정자원이 이번 화재로 인한 건물·시설 손실과 잔존물 제거비 등 피해액을 1070억원으로 추산했으나, 행정 서비스 중단과 업무 자료 소실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 피해액은 3511억원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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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물뿌렸으면 장비라도 덜 손해볼수도 있었다는거네
요즘은 이런 재해가 일어나서 보면 대부분 사람이 문제인 경우가 많더군요.
지 아무리 시스템(비상 대응 메뉴얼 등)을 잘 만들어 놔도 그걸 운영하는건 사람이라, 사람이 잘못하면 말짱 도루묵.
스파이인가 싶을 정도네요...
이시키들한테 다 변상시키게 해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