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AI무협소설] - 백두의날개가 중원을 지키다. - 제3장 현도문의 밤
제3장 ― 현도문의 밤
취운루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문지해와 청운은 날이 저물 때까지 건업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낮의 건업은 부두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화려했다. 넓은 대로 양쪽에는 수백 개의 점방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서역에서 건너왔다는 푸른 유리잔, 불에 닿아도 타지 않는다는 천, 남해의 거대한 진주와 기묘한 모양의 병장기까지. 문지해가 백두산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건들이 점방마다 가득했다.
한 약재상 앞에서 그녀가 걸음을 멈추었다.
“저 붉은 열매는 무엇입니까?”
“남쪽 지방에서만 자라는 약재요. 열을 내리고 독을 다스리는 데 사용하지.”
문지해는 신기하다는 듯 약재를 살펴보았다.
청운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이 지나고도 살아 있다면 천천히 구경하시오.”
문지해가 고개를 돌렸을 때 청운은 이미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곧 알게 될 거유.”
해가 지자 건업은 전혀 다른 도시로 변했다.
상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고, 거리 곳곳에 오대문파의 무사들이 배치되었다.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대로에도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현도문은 건업 외곽의 산악지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가파른 산세를 따라 높은 담장이 이어졌고, 그 너머로 수십 채의 전각이 층층이 세워져 있었다. 가장 높은 곳에는 오방맹주회의가 열릴 천극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지해는 산길을 오르며 물었다.
“오대문파의 장문인들이 긴급히 모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걸 알아보러 가는 것이오.”
“그렇다면 왜 제가 함께 가야 합니까?”
청운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괴한들이 중원인이 아니라는 소문 때문이오.”
“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직은 모르오. 하지만 누군가 고의로 동쪽 무인의 흔적을 남겼다면, 앞으로 의심받는 사람은 당신이 될 가능성이 크지.”
청운은 다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지해가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
“취운루에서 들었던 그 질문은 무엇입니까? 죽은 줄 알았던 자들이 돌아왔다는 말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청운은 이번에도 짧게 대답했다.
“중원에 큰 피바람이 불 수도 있소.”
그 말이 끝나자 청운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문지해도 즉시 땅을 박찼다.
그녀가 펼친 것은 백두검법의 비전 경공인 백두전진(白頭電進)이었다. 백두산의 가파른 절벽과 눈 덮인 산악지대를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법이었다.
문지해의 신형이 흰 잔영을 남기며 산길을 질주했다.
하지만 앞서가는 청운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는 마치 바람에 실린 나뭇잎처럼 가볍게 움직였다. 바위와 나무 사이를 지나면서도 속도가 줄지 않았고, 발이 땅에 닿는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내 백두전진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다니…….’
문지해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이것이 중원의 경공인가? 도대체 청운이라는 자의 정체가 무엇이지?’
한참을 달린 청운은 현도문이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서 멈추었다. 뒤늦게 도착한 문지해는 숨을 고르면서도 힘든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청운은 어둠 속의 현도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현도문의 일대제자들은 무공이 뛰어나오. 경계도 평소보다 훨씬 삼엄할 것이고.”
“그래서요?”
“당신은 여기에서 기다리는 편이 좋겠소.”
문지해의 표정이 굳었다.
“저를 데려와 놓고 이제 와서 기다리라는 겁니까?”
“그대의 실력을 믿지 못해서 하는 말이 아니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것이오.”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문지해는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백두무문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검재로 인정받았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중원에 도착하자마자 보호받아야 할 어린아이처럼 취급받고 있었다.
하지만 청운의 경공조차 따라잡지 못한 직후였기에 선뜻 그의 말을 반박할 수도 없었다.
“그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자정이 지나도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건업으로 내려가시오.”
“당신을 두고 혼자 떠나라는 말입니까?”
“정확히는 나를 찾으러 오지 말라는 뜻이오.”
청운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문지해가 놀라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그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후 현도문의 담장 근처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문지해는 청운이 말한 대로 현도문 인근의 숲속에서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산 위로 짙은 안개가 깔렸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현도문으로 향하는 기척들이 하나둘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러 명의 호위무사가 산길을 올랐다. 그 뒤를 따라 강대한 기운을 지닌 노인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문지해는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그들을 살폈다.
그들의 발걸음은 평범해 보였지만 전혀 빈틈이 없었다. 호흡은 산속의 바람처럼 자연스러웠고,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멀리 떨어져 있는 문지해의 피부마저 따끔거리게 했다.
‘강하다.’
문지해는 자신도 모르게 설백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백두무문의 장문인과 비슷한 경지의 고수들이다.’
백두산에서는 장문인의 무공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닿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와 비슷한 기운을 지닌 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있었다.
문지해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자신이 알던 세상보다 훨씬 넓은 무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흥분이었다.
그때 백발의 노인 한 명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노인의 옷자락에는 흐르는 물을 형상화한 은빛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수련문의 장문인, 장천노인(長天老人)이었다.
그가 문지해가 숨어 있는 숲을 정확히 바라보았다.
“누구냐?”
노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산 전체를 울리는 듯했다.
“거기 숨어 있는 자는 썩 나오지 못할까!”
문지해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들켰다.’
장천노인과의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바람 소리와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산짐승의 울음까지 뒤섞여 있었기에 기척을 감추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인은 단숨에 문지해가 있는 방향을 찾아냈다.
‘내가 너무 안일했다.’
장천노인의 손이 천천히 허리의 검으로 향했다.
문지해도 언제든 설백검을 뽑을 수 있도록 자세를 낮추었다.
그 순간, 그녀의 오른편 덤불이 크게 흔들렸다.
커다란 늑대 한 마리가 튀어나와 산 아래로 달아났다.
장천노인은 늑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손을 검에서 떼었다.
“허허, 나도 이제 늙었나 보군. 늑대 한 마리를 무림인으로 착각하다니.”
함께 온 중년인이 말했다.
“오늘 밤은 산짐승들도 평소보다 예민한 모양입니다.”
“시간이 늦었군. 어서 가세. 다른 장문인들은 이미 도착했을 것이야.”
장천노인 일행은 다시 현도문을 향해 움직였다.
기척이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 문지해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늑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정말 우연이었을까?’
바로 그때였다.
맞은편 나뭇가지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날아와 부딪혔다.
딱.
청운이 사라진 현도문 방향에서 날아온 돌이었다. 돌을 감싸고 있던 종이 조각이 바람에 풀리며 문지해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종이에는 단 두 줄이 적혀 있었다.
오방맹주 가운데 배신자가 있다.
절대로 현도문 안으로 들어오지 마시오.
문지해가 서찰을 읽는 순간, 현도문 안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천극전의 지붕 위로 붉은 불길이 솟구쳤다.
“청운!”
Comments
스타킹매니아
09.05 09:06
명짧은코난
09.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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