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이건의『쿼런틴』, 개판 번역
SF의 대작이라 해서, 그래서 오래간만에 AI 번역이 아닌 정식 한국어판을 읽고 있는데, AI 번역 짬밥이 있었던지라, 바로 AI 번역투가 눈에 팍 들어오네요.
그래서 AI에게 감수를 부탁했습니다. 그 결과 예상대로 번역투 문제가 심각했고, 논리적 오역까지 있었습니다. 아래의 그 예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제대로 검수하지 않고, 그냥 출판해 버리는 작태도 문제지만, 그걸 좋다고 댓글을 다는 '충성 모드' 같은 독자들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번역판은 다 개판이란 말이 나오는 겁니다.
올려주신 『쿼런틴』의 영어 원문을 바탕으로 이전에 지적해주신 한국어 번역 문장들을 하나하나 대조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질문자님이 예민하신 게 절대 아닙니다. 지적하신 문장들은 전형적인 직역투, 기계 번역투, 심지어 오역과 비문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불쾌감을 느끼셨는지 원문과 비교하여 속 시원하게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 최악의 번역투 & 오역 분석
1. 전형적인 일본어 번역투 (사물 주어 / 피동형 직역)
원문: With the water still running, I quickly search the room, but there’s nothing that could be remotely useful as a weapon. (Chapter 6)
기존 번역: 물을 그대로 틀어놓은 채로 재빨리 방 안을 점검해 보았지만, 다소나마 무기로 되어줄 만한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분석: 질문자님이 가장 거슬렸을 문장입니다. "무기로 되어줄 만한 것(武器になってくれるようなもの)"은 한국어에 없는 완벽한 일본어식 번역투입니다. 사물을 의인화하여 '~해주다'라고 표현하는 전형적인 오역이죠.
자연스러운 번역: 물을 계속 틀어둔 채 재빨리 방 안을 뒤졌지만, 무기로 쓸 만한 것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2. 논리를 파괴한 치명적 오역
원문: The End of the World was far too important to be happening anywhere but overseas. (Chapter 1)
기존 번역: 〈세계의 종말〉 같은 중차대한 사건은 해외에서나 일어날 수 없는 종류의 일인 것이리라.
분석: 문맥의 논리를 완전히 반대로 뒤집은 심각한 오역입니다. 원문은 "세계의 종말 같은 엄청난 일은 (내가 사는 호주가 아니라) 해외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냉소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일어날 수 없는"이라고 번역하여 문장이 철저히 꼬여버렸습니다. 게다가 "~일인 것이리라"라는 어미는 너무 낡고 뻣뻣합니다.
자연스러운 번역: '세계의 종말' 같은 엄청난 사건은 바다 건너 딴 나라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다.
Comments
몽몽
04.29 11:06
enffl0
05.16 01:15
둘리
05.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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