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소설 - 냉정한 평가 부탁드립니다.
<데드라인: 7일의 심판> - [메타픽션 SF 서바이벌 스릴러]
[제1화] 내 장례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님, 이번 원고가 마지막인 거 아시죠?”
편집자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강진우(29)는 습기 찬 반지하 방 구석에서 마른침을 삼켰다. 모니터 안의 커서는 마치 비웃듯 깜빡거리고 있었다. 3년째 무명. 조회수 0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그에게 남은 건 밀린 월세 50만 원과 유통기한 지난 컵라면 한 봉지뿐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이번엔 정말 다를 겁니다.”
“다를 거 없으면 그냥 이 바닥 떠나세요. 재능 없는 것도 죄입니다.”
전화가 끊겼다. 진우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재능. 그놈의 재능이 문제였다. 남들은 쓱쓱 써 내려가는 문장 하나를 위해 그는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결과는 늘 참담했다.
그때였다.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스팸 메일이었다.
[제목: 당신의 인생을 대필해 드립니다. (D-7)]
“이런 씨... 별게 다 난리네.”
삭제 버튼을 누르려던 진우의 손가락이 멈췄다. 메일 본문에 적힌 첫 문장이 그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024년 5월 13일 18시 02분. 당신은 반지하 방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사인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영양실조. 현재 시각 18시 01분.]
진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 시계를 보았다. 18시 01분 45초.
“뭐... 뭐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장난치고는 너무 정교했다. 46초, 47초...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단순한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폐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뜨거운 불덩이가 치밀어 올랐다. 숨이 막혔다.
55초, 56초... 진우는 바닥을 굴렀다.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으려 했지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59초.
세상이 암전됐다.
[시스템 동기화 완료.]
[대상: 강진우(작가)]
[상태: 사망 유예(7일)]
귓가에 들리는 기계음과 함께 진우는 눈을 떴다. 방금까지 느꼈던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변한 건 없었다. 여전히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반지하 방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 모니터 화면이 바뀌어 있었다.
<실시간 연재: 당신의 죽음>
- 남은 시간: 167시간 58분
- 현재 조회수: 1
- 미션: 7일 안에 ‘완결’을 지으십시오. 실패 시, 예정된 죽음이 확정됩니다.
진우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미친 게 분명했다. 죽었다가 살아난 것도 모자라,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소설을 쓰라니.
“누구야? 누가 장난치는 거야!”
벽을 두드렸지만 대답은 없었다. 대신 모니터 아래에 새로운 메시지가 한 줄 더 떴다.
[첫 번째 독자가 당신의 죽음을 흥미로워합니다. 후원금 1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띠링!
동시에 진우의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KB국민 입금 100,000원. 보낸 이: 독자1]
진우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것은 환각이 아니었다. 실재하는 돈, 실재하는 죽음, 그리고 실재하는 시스템이었다.
“내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됐다고?”
아니,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집필해야 하는 작가이자, 그 죽음을 막아야 하는 생존자였다.
진우는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7일. 그 안에 이 미친 이야기의 결말을 바꿔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7일 뒤, 그는 진짜 시체가 될 것이다.
그는 첫 번째 문장을 써 내려갔다.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축복이 아닌, 더 거대한 재앙의 시작이었다.]
그 순간, 반지하 방의 현관문이 거칠게 두들겨졌다.
쾅! 쾅! 쾅!
“강진우!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문 열어!”
집주인이 아니었다. 방금 소설에 쓴 '거대한 재앙'—그것은 현실이 되어 그의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진우는 깨달았다. 자신이 쓰는 문장 하나하나가 실시간으로 현실을 개변하고 있다는 것을.
쾅! 쾅! 쾅!
현관문이 비명처럼 울렸다. 낡은 철문이 안쪽으로 찌그러지며 녹슨 가루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집주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 목소리는 기계음처럼 서늘했고, 인간의 감정이 거세된 듯한 금속성이 섞여 있었다.
“강진우. 원고 마감 시간이 지났다. 회수하러 왔다.”
진우의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 요동쳤다. '회수'? 무엇을 회수한다는 말인가. 원고? 아니면 그의 목숨?
진우는 본능적으로 모니터를 보았다. 방금 자신이 타이핑한 문장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축복이 아닌, 더 거대한 재앙의 시작이었다.]
재앙. 그 단어를 쓰자마자 이 상황이 벌어졌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나 정교했다. 진우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움켜쥐었다. 화면 속 '실시간 연재' 창 아래에는 댓글 하나가 달려 있었다.
독자1: 오, 시작이 나쁘지 않네요. 그런데 주인공이 너무 무력한 거 아닌가요? 문 하나 못 열고 벌벌 떨다니. 10만 원이나 줬는데 실망입니다.
“독자...? 진짜 사람이 보고 있다고?”
진우는 소름이 돋았다. 누군가 자신의 비참한 사투를 실시간으로 관람하며 돈을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존심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문 너머의 존재가 문고리를 박살 내기 시작했다. 콰직! 쇠붙이가 깎여나가는 소리와 함께 문틈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스며들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 아니, 사내의 형상을 한 '무언가'였다. 그의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는 이목구비 대신 기괴한 바코드가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정부 요원도, 빚쟁이도 아니었다. 그것은 이 시스템이 보낸 '마감 저승사자'였다.
“히익...!”
진우는 뒤걸음질 치다 침대 모서리에 걸려 넘어졌다. 사내가 느릿하게 방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의 손에는 서류 가방이 들려 있었고, 가방 틈새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원고지 뭉치가 보였다.
“강진우 작가. 계약 위반이다. 지난 3년간 네가 생산한 쓰레기 같은 문장들에 대한 책임을 물으러 왔다.”
사내가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펜이 아니었다. 날카롭게 갈린 대형 작두 날이었다. 사내는 그것을 치켜들며 진우의 목을 겨냥했다.
죽음이 코앞에 닥친 순간, 진우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스쳤다.
'내가 쓰는 대로 현실이 된다면... 이 상황도 바꿀 수 있어!'
그는 바닥을 기어 책상 위 키보드에 손을 뻗었다. 사내의 작두 날이 공기를 가르며 내려왔다. 휘익! 진우는 간발의 차로 몸을 날려 키보드를 낚아챘다. 모니터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 그는 오직 감각만으로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반지하 방의 낡은 가스 배관이 터졌다. 강력한 가스 분출이 사내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치이이익—!!
그가 엔터키를 누르는 것과 동시에, 주방 쪽 벽면에 붙어 있던 노란색 가스관이 거짓말처럼 파열됐다. 고압의 가스가 사내의 얼굴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사내는 괴성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성공했다... 진짜야!”
진우는 전율했다. 소설 속의 신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짧았다. 모니터 상단에 붉은 경고등이 들어왔다.
[경고: 개연성 부족! 현실 조작은 작가의 '생명력'을 소모합니다. 남은 수명: -12시간]
“뭐...?”
화면 속 타이머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방금 문장 한 줄을 쓰는 대가로 12시간의 목숨을 지불한 것이다. 공짜는 없었다. 이 소설은 목숨을 깎아 먹는 악마의 계약이었다.
5.
사내는 가스 세례를 받고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바코드가 찍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더욱 살벌한 기세를 뿜어냈다.
“개연성 따위 필요 없다. 죽어라!”
사내가 다시 달려들었다. 진우는 다급하게 다음 문장을 생각했다. '누군가 나타나 도와준다'? 아니, 그건 너무 많은 수명을 소모할 것 같았다. '사내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는다'? 그건 개연성 파괴로 수명이 통째로 날아갈지도 모른다.
진우는 최대한 효율적이고, 현재 상황에서 일어날 법한 '가장 현실적인 반격'을 적어야 했다. 그의 눈에 구석에 놓인 낡은 소화기가 들어왔다.
[진우는 발치에 떨어진 소화기를 집어 던졌다. 운 좋게도 소화기의 안전핀은 이미 빠져 있었고, 사내의 머리에 부딪히는 순간 폭발적인 분말을 내뿜으며 그를 무력화시켰다.]
퍼엉!
정확했다. 던진 소화기가 사내의 가슴팍에 명중했고, 하얀 분말이 좁은 반지하 방을 가득 메웠다. 사내가 콜록거리며 비틀거리는 사이, 진우는 열린 문을 향해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 빗줄기가 쏟아지는 밖으로 몸을 던졌을 때, 그의 머릿속에 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첫 번째 위기를 넘기셨습니다. 독자들의 흥미도가 상승합니다.]
[조회수: 1,200 돌파!]
[보상: '작가 전용 스킬 - 복선 회수'가 활성화됩니다.]
진우는 빗속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뱉었다.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건 사이렌 소리가 아니었다.
자신의 소설을 읽고 모여든 '새로운 독자'들의 환호성처럼 들렸다.
빗줄기는 비릿한 쇠 냄새를 머금고 있었다. 반지하 계단을 뛰어 올라온 진우의 앞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서울의 밤거리가 펼쳐졌다. 네온사인은 번졌고, 사람들은 우산을 쓴 채 무심하게 그를 지나쳤다.
방금 지옥에서 올라온 진우와 달리, 세상은 평온했다. 하지만 진우의 눈앞에는 오직 그에게만 보이는 [투명한 상태창]이 떠 있었다.
[남은 수명: 115시간 22분]
[현재 실시간 독자: 4,201명]
[작가 랭킹: 9,998위 (최하위)]
“하아, 하아··· 이게 대체 무슨···.”
진우는 젖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때, 지나가던 한 고등학생이 스마트폰을 보며 낄낄거렸다.
“야, 이거 봐. 새로 올라온 소설인데 주인공 완전 처절해. 소화기 던지는 묘사 보소? 진짜 실감 난다.”
진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학생이 보고 있는 화면 속 제목.
<내 죽음의 실시간 중계>
작가명: 강진우.
그것은 자신의 삶이었다. 방금 반지하 방에서 벌어진 사투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텍스트로 옮겨져 있었다. 진우가 소름 돋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상태창에 새로운 알림이 폭주했다.
독자 402: ㅋㅋㅋ 주인공 꼴사납게 도망치는 거 봐.
독자 771: 근데 이거 묘사가 너무 리얼한데? 진짜 작가가 경험담 쓰는 거 아님?
독자 109: 님들, 이거 '후원'하면 주인공한테 아이템 줄 수 있는 거 알음?
[독자 109님이 50,000골드를 후원했습니다!]
[보상 지급: '작가의 만년필(D급)'이 인벤토리에 생성됩니다.]
순간, 진우의 텅 빈 손바닥 위에 검은색 만년필 하나가 스르르 나타났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 환각이 아니었다. 독자의 돈이 아이템이 되고, 독자의 관심이 그의 생명이 되고 있었다.
“강진우 작가님?”
뒤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목소리에 진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았다. 빗속에서 우산을 받쳐 든 여자가 서 있었다.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단정한 단발머리. 그녀는 진우의 원고를 가차 없이 난도질하던 담당 편집자, '이수아'였다.
“이··· 이수아 대리님? 여긴 어떻게···?”
그녀는 대답 대신 진우의 엉망이 된 몰골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었다.
“반응이 좋네요. 첫 화부터 실시간 조회수 5,000을 찍다니. 역시 죽음만큼 확실한 소재는 없죠?”
진우의 눈이 경련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인간적인 걱정 따위는 없었다. 오직 수치와 성적을 계산하는 서늘한 광기만이 서려 있었다.
“대리님도 알고 있었습니까? 이 시스템··· 내가 쓰면 현실이 된다는 거!”
“알고 말고요. 제가 당신의 '전담 편집자'인걸요.”
수아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가 들고 있는 우산 그림자가 진우의 얼굴을 어둡게 덮었다.
“진우 씨, 착각하지 마세요. 당신은 신이 된 게 아니에요. 당신은 그저 전 우주적인 도박판의 말이 된 거예요. 독자들은 당신이 살아남길 바라는 게 아니라, 얼마나 처절하고 아름답게 죽어가는지를 보고 싶어 하거든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우의 스마트폰이 미친 듯이 울렸다.
[긴급 미션 발령!]
[미션명: 독자의 변덕]
[내용: 독자들은 평범한 도주에 질렸습니다. 10분 내로 '살인 용의자'가 되어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십시오.]
[실패 시: 즉시 심장마비 유발]
“뭐라고? 내가 왜 살인범이 돼야 해!”
“개연성을 만드세요, 작가님.”
수아가 차갑게 속삭였다.
“당신이 방금 던진 소화기 때문에 밑층 노인이 질식사했다는 설정··· 방금 제가 독자들과 협의해서 '댓글'로 확정 지었거든요.”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진짜였다. 한 명의 무고한 시민이 죽었고, 그 범인은 강진우가 되었다. 진우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소화기 분말이 묻은 손이 마치 피에 젖은 것처럼 보였다.
8.
진우는 깨달았다.
이 세계의 신은 작가인 자신이 아니다. 저 모니터 너머에서 낄낄거리는 독자들, 그리고 그들의 입맛에 맞춰 이야기를 비트는 편집자들이었다.
“살고 싶으면 쓰세요. 다음 화 제목은 정해두셨죠?”
수아가 돌아서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진우는 빗물에 젖은 키보드 대신, 방금 받은 '작가의 만년필'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만년필은 그의 피를 잉크 삼아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진우는 허공에 글자를 갈겨썼다.
[그는 도망자가 아니다. 그는 사냥꾼이다.]
[개연성 점검 중···]
[독자들의 추천수가 부족합니다! 설정 변경에 실패합니다!]
“제기랄!! 추천해!! 추천하라고, 이 인간들아!!”
진우는 텅 빈 거리를 향해 포효했다.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그는 스스로를 악마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처절한 생존 기록이자, 자신을 장난감 취급하는 세계를 향한 복수극의 서막이었다.
[제1화 완결]
오빠달려
방랑자tm
자유여
라지영
pwspecial
rhrnrnrh
나누
야채먹어라
하리하리
술드래곤
푸르르
수동1등소망


1화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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