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적AI무협소설]-백두날개가 중원을 지키다. -제5장 -어둠 속의 배신자.
제5장 ― 어둠 속의 배신자
폭발과 함께 천극전의 기둥이 흔들렸다.
천장이 갈라지고 불붙은 목재가 사방으로 떨어졌다. 미리 전각 곳곳에 설치해 둔 화약이 연달아 터지면서 천극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모두 몸을 피하시오!”
한철 장문인이 검기를 날려 떨어지는 들보를 베어냈다.
그 순간 갈라진 천장 사이에서 수백 장의 흰 종이가 눈처럼 쏟아져 내렸다. 종이마다 붉은 글씨로 단 하나의 글자가 적혀 있었다.
천(天).
불길에 휩싸인 종이들이 전각 안을 어지럽게 날았다.
그 가운데 복면을 쓴 자가 천천히 내려왔다. 검은 장포는 연기 속에서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두 손에서는 붉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오늘을 기다렸다.”
변조된 목소리가 천극전 안에 울려 퍼졌다.
“그 말을 다시 세상에 흘리면, 너희 다섯은 반드시 한자리에 모일 것이라 생각했지.”
복면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도현이 검을 뽑아 들었다.
“진원문의 제자들을 습격한 자가 네놈이냐?”
“습격이라니. 나는 그저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졌을 뿐이다.”
복면인이 양팔을 펼치자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떨렸다. 거대한 열기가 폭발하듯 전각 전체로 퍼져 나갔다.
장천의 표정이 급변했다.
“이 양강한 기운은…… 설마!”
복면인의 몸에서 아홉 갈래의 붉은 기운이 소용돌이쳤다.
소림의 절대비기 중 하나로 전해지는 구양공(九陽功)이었다.
“소림의 무공을 익힌 자가 어찌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냐!”
진수가 소리쳤지만 복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대문파의 무공은 빠른 도와 쾌검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상대가 자세를 잡기 전에 빈틈을 파고들어 승부를 끝내는 것이 그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복면인은 그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
그가 소매를 한 번 휘두르자 불길 속에 숨겨져 있던 수십 개의 검은 암기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암기다!”
한철과 진수, 도현, 장천이 동시에 병기를 휘둘렀다.
검광과 도광이 천극전을 뒤덮었다. 대부분의 암기는 튕겨 나갔지만, 검은 연기 속에 섞여 있던 가느다란 침 몇 개가 그들의 호흡과 기의 흐름을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네 사람의 몸이 동시에 휘청거렸다.
“크윽!”
장천이 피를 토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진수와 도현 역시 가슴을 움켜쥐었고, 한철의 입가에서도 검붉은 피가 흘렀다.
단순한 독침이 아니었다. 암기에는 내공의 흐름을 거꾸로 뒤트는 기이한 기운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한 사람만은 암기에 당하지 않았다.
신원문의 장문인, 제갈수천이었다.
그는 암기가 날아오기 직전부터 이미 검을 뽑고 복면인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이 악적을 내가 막겠소!”
제갈수천의 신형이 여러 개로 나뉘었다.
신원문의 독문무공인 신천공(迅天功).
빠른 쾌검과 비수를 동시에 펼치는 무공으로, 정면의 검에 시선을 빼앗긴 순간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비수가 급소를 노렸다.
제갈수천의 검이 복면인의 목을 향해 뻗었다.
동시에 왼손에서 세 자루의 비수가 날아가 복면인의 가슴과 옆구리를 공격했다.
복면인은 구양공의 장력을 펼쳐 비수 두 자루를 튕겨냈다. 마지막 한 자루가 장력을 뚫고 그의 어깨를 스쳤다.
제갈수천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연속으로 검을 찔렀다.
쾅! 쾅! 쾅!
검과 장력이 충돌할 때마다 천극전 바닥이 갈라졌다.
두 사람은 수차례 공방을 주고받았다. 제갈수천의 검은 번개처럼 빨랐고, 복면인의 구양공은 거대한 벽처럼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내상을 입은 네 장문인은 움직이지 못한 채 싸움을 지켜보았다.
도현이 이를 악물었다.
“제갈 장문인이 아니었다면 오늘 모두 이곳에서 죽었을 것이오.”
그러나 장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두 사람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
‘이상하다.’
제갈수천의 신천공은 분명 빠르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의 비수는 복면인의 급소를 교묘하게 피해 가고 있었다.
복면인의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구양공을 펼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힘을 거두었다.
두 사람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초식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제갈수천의 검이 복면인의 가슴을 향해 뻗었다. 복면인은 몸을 비틀어 검을 피하며 제갈수천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때가 이르렀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이제 자네가 오방맹주가 되어라.”
그 말은 두 사람에게만 들려야 했다.
그러나 내상을 입고 쓰러진 장천은 수련문의 청심공으로 흐트러진 호흡을 다스리고 있었다. 극도로 예민해진 그의 청각은 복면인의 속삭임을 놓치지 않았다.
장천의 얼굴이 굳어졌다.
‘역시 두 사람은 한패였구나.’
그는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을 머릿속에서 빠르게 연결했다.
진원문의 제자들을 습격한 괴한들.
십 년 전의 질문.
다섯 장문인을 한자리에 모은 긴급회의.
천극전에 미리 설치된 화약.
그리고 정확히 네 명의 장문인만을 노린 암기.
‘처음부터 우리 넷을 제거하려던 계획이었다.’
복면인은 제갈수천에게 맹주의 자리를 약속했다.
그렇다면 ‘어둠 속의 길’은 오방연맹을 무너뜨리고 제갈수천을 새로운 맹주로 세우기 위한 음모를 뜻하는 것인가?
그러나 장천은 곧 의문을 느꼈다.
‘그렇다면 도의 길은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는 질문은 무엇이지?’
그것은 단순한 암호가 아니었다.
배신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었다.
십 년 전의 비밀을 아는 다섯 사람 가운데 누가 그 질문에 반응하는지 지켜본 뒤, 오방연맹을 내부에서 무너뜨리려는 계책이었다.
장천은 남은 내공을 끌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갈수천…….”
제갈수천의 검이 순간 멈췄다.
“왜 그러시오, 장천 장문인?”
장천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 연극은 이제 그만두게.”
천극전 안이 조용해졌다.
진수와 도현, 한철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장천을 바라보았다.
제갈수천이 눈을 가늘게 떴다.
“연극이라니, 무슨 말씀이시오?”
“복면인과 싸우는 척하면서 우리를 속이고 있지 않은가!”
장천이 지팡이 끝으로 복면인을 가리켰다.
“나는 분명히 들었네. 저자가 자네에게 오방맹주가 되라고 말하는 것을!”
한철의 검이 제갈수천을 향했다.
“사실이오?”
도현과 진수도 힘겹게 병기를 들어 올렸다.
제갈수천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검을 내렸다.
그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사라졌다. 대신 지금까지 감추고 있던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장천 노인.”
제갈수천이 낮게 웃었다.
“늙었어도 귀만큼은 아직 쓸 만하군.”
그 말과 동시에 복면인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을 벗으려 했다.
바로 그때, 무너진 천극전의 지붕 위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얼굴은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구먼.”
청운이 달빛을 등진 채 지붕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천극전의 담장 아래에는, 기다리라는 명령을 어긴 문지해가 설백검을 뽑은 채 서 있었다.
Comments
스타킹매니아
09.08 07:09
맹이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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