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매미성
거제 매미성
태풍의 상처를 성벽으로 바꾼 기적의 공간
남해의 바람이 해안선을 따라 거칠게 스치는 계절, 경남 거제의 작은 포구 마을에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아치형 문과 돌계단, 이끼 낀 성벽이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솟아 있어 유럽 중세 어딘가로 순간 이동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성벽은 국가나 기업이 세운 것이 아니다. 조선소 연구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한 남성이 홀몸으로 21년째 쌓아 올리고 있는 구조물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제2기 '로컬100'에 선정되며 공식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연간 58만 명이 찾는 거제의 대표 명소가 됐다.
태풍이 앗아간 땅에서 시작된 한 인간의 집념이, 성벽과 몽돌해변이 맞닿은 이 풍경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태풍 매미가 남긴 상처에서 시작된 성벽의 역사
매미성(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복항길 29)은 거제 북서쪽 장목면 복항마을의 해안가에 자리한다. 바로 앞에는 작은 몽돌해변이 펼쳐져 있으며, 성벽과 해변이 맞닿은 경계에서 남해의 수평선이 시원하게 열린다.
2003년 9월, 사망·실종 131명과 4조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남긴 태풍 매미가 이곳을 강타했다. 경북 영덕 출신으로 거제 조선소 연구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백순삼 씨는 이때 평생 일군 경작지를 고스란히 잃었다.
망연자실할 수도 있었던 그 자리에서 그는 삽 대신 돌을 들었으며, 밀려오는 파도를 막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성벽을 쌓기 시작했다. 이름은 자신의 터전을 앗아간 태풍의 이름을 그대로 붙였다.
높이 9m·길이 110m, 돌 2만 장이 만든 중세풍 성채
백순삼 씨는 초기에 콘크리트 벽돌로 기초를 다진 뒤 외형을 고려해 자연석으로 재료를 바꿨다. 자연석과 시멘트·황토 혼합재를 쌓아 올린 성벽은 2018년 기준 높이 약 9~10m, 길이 110m를 넘어섰으며, 사용된 돌만 2만 장 이상에 이른다.
중장비 없이 홀로 짊어지고 올린 결과다. 완성된 성벽에는 아치형 문과 내부 통로, 쉼터가 갖춰져 있어 유럽 중세 성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조형미를 자아낸다.
성벽 위에 올라서면 거가대교가 수평선과 함께 한눈에 들어오며, 아치형 창문 너머로 남해 바다가 액자처럼 담긴다. 건축학을 따로 배운 적 없이 오직 경관에 맞춰 예쁘게 지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완성한 공간이다.
몽돌해변의 돌 구르는 소리, 성벽과 어우러진 풍경
매미성 바로 앞 몽돌해변은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이다. 학동몽돌해변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몽돌이 구르며 내는 소리가 성벽의 고요한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방문객들은 물수제비를 띄우거나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에 멍하니 시선을 맡기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거가대교와 이수도 주변을 오가는 배들이 먼 바다를 채우는 풍경은 성벽 위에서 내려다볼 때와는 또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성벽과 몽돌해변, 거가대교가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구도는 이곳이 SNS 포토존으로 자리 잡은 이유를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편이다.
무료 입장·연중무휴·대형 무료 주차장 완비
매미성은 24시간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성 상단에 대형 무료 공영주차장이 운영되고 있어 자가용 방문이 편리하다. 거가대교 기준 자동차로 약 15분, 고현버스터미널에서는 약 19분 거리에 위치한다.
내비게이션에는 '매미성' 또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 복항길 29'를 입력하면 정확히 안내된다. 관람 소요시간은 약 30분이며, 내리막길 주변에 상점과 기념품 판매점, 화장실이 갖춰져 있어 편의성도 충분하다.
해안가 특성상 여름철 강풍과 높은 파도에 주의해야 하며, 기상 악화 시 성벽 위 관람은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의는 거제시청 관광과(055-639-4165)로 하면 된다.
매미성은 재난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형상화한 공간이다. 성벽 아래 몽돌이 파도에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올려다보는 그 풍경은, 2만 장의 돌이 쌓아 올린 시간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한 사람의 집념이 만든 성채와 파도 소리가 궁금하다면, 거제 장목면 복항마을의 해안길을 따라 이곳으로 향해보길 권한다.
Comments
모찌e
05.31 14:17

CNXcafe
06.0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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