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경포가시연습지
강릉 경포가시연습지
멸종위기종이 자라는 생태 복원지
여름 습지를 걷다 보면 두 종류의 방문객을 만난다. 화사한 연꽃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과, 좀처럼 보기 힘든 멸종위기 식물을 관찰하러 온 사람이다.
강원 강릉의 경포가시연습지는 후자에 가깝다. 흔히 떠올리는 화려한 연꽃 단지와 달리 이곳은 멸종위기 수생식물의 생태를 들여다보는 복원지에 가까운 목적을 지니며, 조성 배경부터가 관상용 정원과는 결이 다르다.
같은 여름, 같은 습지라도 무엇을 보러 가는지에 따라 발걸음의 방향이 달라진다.
경포가시연습지
경포가시연습지에 서식하는 가시연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속하는 식물이다. 과거 농경지 개간과 매립 등을 거치며 자취를 감췄던 이 식물은 복원사업을 통해 약 5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졌던 생태가 되살아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복원을 위해 지역 전문가와 NGO, 주민, 공무원 등이 함께하는 '경포습지복원자문위원회'가 구성돼 경포 석호와 습지 전반의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7월과 8월 무렵이면 가시연뿐 아니라 일반 연꽃, 각시수련, 노랑어리연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꽃을 피우며 습지 전체가 관찰 대상이 된다.
다만 7월 30일 기준으로 연꽃이 끝물에 접어든 시기라 만개한 풍경까지는 기대하기 어렵고, 8월 초까지 군데군데 핀 꽃을 만나는 정도로 봐야 하며 그해 날씨에 따라 개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가시연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흔히 아는 연꽃과 비교해 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 가시연꽃은 짙은 자주색이나 보라색을 띠며, 일반 연꽃보다 크기가 작고 수면 가까운 곳에서 피어난다는 점이 다르다.
화려한 대형 꽃잎을 활짝 펼치는 연꽃과 달리 가시연은 수면 위로 살짝 고개를 내밀 듯 작게 피어나기 때문에, 멀리서 훑어보면 자칫 지나치기 쉽다.
게다가 잎맥과 잎 뒷면, 꽃대에는 가시가 발달해 있어 이름 그대로 손으로 만지기보다 눈으로 관찰하는 편이 안전하다.
특히 넓게 퍼진 둥근 잎 표면 곳곳에도 잔가시가 돋아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라면 잎을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할 필요가 있다.
데크길 1시간·연계 코스 2시간
습지에는 수생식물 군락 사이를 걸을 수 있도록 목재 데크로 된 탐방로가 마련돼 있으며, 핵심 구간만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방문자센터와 가시연 발원지, 경포호 수변길까지 연계해서 걸으면 1시간 30분가량 걸리며 일정에 따라 코스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
강릉생태관광협의회가 운영하는 정규 습지해설 및 탐방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개인과 단체 방문객 모두 이용 가능하지만 사전예약제로 진행되므로 미리 신청해야 한다.
해설사와 동행하면 데크길에서 스쳐 지나가기 쉬운 가시연의 생태적 특징이나 복원 과정의 뒷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 단순 산책보다 훨씬 밀도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
무료 개방과 주변 명소 연계
경포가시연습지는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저동 647 일원에 자리하며,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무료이며,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인근에는 경포호 수변길을 비롯해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강릉선교장, 오죽헌 등의 명소가 자리해 하루 코스로 묶어 돌아보기도 좋다.
경포가시연습지는 꽃의 화려함보다 사라졌다 되돌아온 생태 그 자체가 볼거리인 공간이다. 무엇을 기대하고 가는지에 따라 같은 데크길도 전혀 다른 여운을 남긴다.
가시연의 개화가 절정을 이루는 7~8월, 화려한 사진보다 멸종위기종의 생존기를 눈에 담고 싶은 이들이라면 지금이 그 걸음을 옮길 때다.
Comments
이엔짱
08.03 09:35
인커밍
08.0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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