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
설악산 공룡능선
도전하는 이에게만 열리는 신비로운 비경
여름 새벽의 소공원은 아직 어둠에 잠겨 있다. 헤드랜턴 불빛만이 산길을 밝히는 오전 3시, 이 시각이 아니면 아예 발을 들일 수 없는 코스가 있다. 설악산 공룡능선이다.
국립공원공단이 매긴 난이도 1위 탐방로이자 전국 20개 국립공원 대표 경관 100경 가운데 '국립공원 제1경'으로 꼽히는 이 능선은 총거리 19.1km, 표준 소요시간 약 14시간 40분이라는 압도적 수치로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각오를 요구한다.
입산은 오전 3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허용되며 하산은 일몰 전에 끝내는 걸 권장한다.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체력 한계와 입산 통제라는 이중의 벽에 부딪힐 수 있는 산행이다.
설악산 공룡능선
코스는 소공원을 출발해 비선대, 마등령, 공룡능선, 희운각대피소를 지나 대청봉에 오른 뒤 오색으로 내려서는 구조다. 1구간인 소공원~비선대 구간은 3.0km에 약 1시간 20분이 걸리며 난이도는 '쉬움'으로, 몸을 풀며 걷기 좋은 완충 구간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2구간 비선대~마등령 구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거리는 3.5km에 불과하지만 소요시간은 약 2시간 30분으로 늘어나고 난이도도 '높음'으로 급격히 올라간다.
초반부터 체력을 아끼지 않으면 뒤이어 나올 최고 난이도 구간에서 발목이 잡히기 쉬운데, 이 때문에 페이스 조절이 완주 여부를 가르는 첫 관문이 된다.
코스 최고 난이도의 실체
전체 구간 중 가장 악명 높은 3구간은 마등령에서 희운각대피소까지 이어지는 5.1km 공룡능선 구간이다. 거리 자체는 짧아 보이지만 소요시간은 약 4시간 40분에 달하며, 코스 내 '최고 난이도' 구간으로 꼽힐 만큼 암릉과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이 구간은 2013년 3월 11일 명승으로 지정될 만큼 경관이 빼어나지만, 그만큼 발밑을 살피며 걷지 않으면 위험도 함께 커진다. 이어지는 4구간 희운각대피소~대청봉 구간은 2.5km에 약 2시간 10분이 걸리며 난이도는 '보통에서 높음' 수준이다.
해발 1,708m로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높은 대청봉 정상에 오르면 그간의 오르막이 비로소 보상받는 순간을 맞는다.
대청봉에서 오색으로
정상 정복만으로 산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5구간인 대청봉~오색 하산 구간은 5.0km 거리에 난이도가 '높음'으로, 공식 가이드 기준 소요시간은 약 3시간 10분이지만 실제 산행에서는 체감상 4시간까지 걸릴 수 있다.
하산길이라고 방심하기 쉽지만 무릎에 실리는 하중과 누적된 피로가 겹치는 구간이라 오히려 사고가 잦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악천후가 더해지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는 만큼, 기상 변화 조짐이 보이면 정상 등정을 고집하기보다 과감히 하산을 결정하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식수와 행동식, 헤드랜턴, 등산스틱 같은 기본 장비는 물론 여유 있는 체력 배분이 뒷받침돼야 안전한 완주가 가능하다.
설악산은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인제군, 양양군, 고성군 등 4개 시·군의 경계에 걸쳐 있으며 1970년 국내 다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데 이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소공원 입구(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설악산로 1055)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고, 인근 주차장은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입장료는 무료라 비용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공룡능선은 정복의 대상이라기보다 자연이 허락한 시간 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에 가깝다.
오전 3시라는 제한된 입산 시각과 14시간 넘는 산행 시간은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 이 능선이 인간의 속도가 아닌 산의 속도로 걸어야 하는 곳임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해가 길어지는 시기를 골라 체력과 장비를 충분히 갖춘 뒤 도전한다면, 국립공원 제1경이라 불리는 이유를 온몸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Comments
이엔짱
08.03 14:56
rmflawk
08.0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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