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나남수목원
포천 나남수목원
자작나무 숲과 책박물관의 만남
축구장 수십 개를 합친 규모, 약 20만 평.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에 이만한 숲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흔히 지방의 조용한 식물원 정도로 여겨지지만, 이곳은 그렇게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7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만든 흰 숲과 40년 출판 역사를 품은 박물관이 한 공간 안에 공존하기 때문이다. 여름 볕이 자작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지금, 이 숲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지성과 자연이 함께 자란 결과물로 다가온다.
20만 평 숲, 자작나무 7만 그루의 정체
나남수목원은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청신로 1196에 위치하며, 약 20만 평 규모의 공간에 자작나무 7만 그루와 반송 소나무 3,3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는 사설 수목원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웬만한 국공립 수목원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데, 특이한 점은 이 숲이 국가나 지자체가 아니라 한 출판사에 의해 조성됐다는 사실이다. 나남출판사 조상호 회장이 2008년부터 직접 조성을 시작했으며, 그 결과 자작나무 군락은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흰 수피가 여름 녹음 속에서 대비를 이루는 지금이 방문하기 좋은 시기라 할 수 있다. 반송 소나무 역시 국내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수형을 이루고 있어, 식물에 관심 있는 방문객에게는 자작나무 못지않은 볼거리가 된다.
숲 심장부에 자리한 3층 책박물관
수목원 한가운데에는 나남책박물관이 자리한다. 1층은 북카페, 2층은 책 전시 공간, 3층은 한국 지성인의 아카이브로 구성된 3층 규모 건물이다.
단순히 책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지훈 선생의 지조론과 김준엽 선생의 장정 등 현대사와 맞닿은 출판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내부에는 옛 출판 기기들도 함께 전시돼 있어, 활자 인쇄 시대의 흔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공간은 출판 저널리즘 40년의 결실이라 할 만한데, 숲을 걷다 문득 마주치는 책의 세계가 낯설면서도 묘하게 자연스럽다. 자작나무 숲과 활자의 역사가 한 부지 안에서 이어지는 구성 자체가 이 수목원을 다른 식물원과 구분 짓는 지점이다.
채석장에서 예술로, 포천 아트밸리와의 연결
나남수목원에서 차로 약 30~40분 거리에는 옛 채석장을 예술 공간으로 바꾼 포천 아트밸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과 인공, 폐허와 재생이라는 대비를 함께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두 곳을 하루 코스로 묶는 방법도 있다.
나남수목원이 출판이라는 지적 자산을 자연 속에 녹였다면, 아트밸리는 채석의 흔적을 예술로 전환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결의 문화 체험을 제공한다.
방문 전 확인해야 할 운영 정보
수목원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10:00부터 17:00까지 운영되며, 별도의 정기 휴무일 없이 연중 문을 여는 대신 20인 이상 단체 방문객은 사전 예약을 거쳐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12월부터 2월까지 동절기에는 수목원 자체를 운영하지 않으므로 겨울철 방문 계획이 있다면 이 기간을 반드시 피해야 하며, 흥미로운 점은 수목원과 별개로 부지 내 펜션은 동절기에도 정상 운영된다는 사실이다.
입장료는 일반 6,000원, 경로·단체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며, 유모차 대여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고 반려동물 동반도 불가하다는 점을 미리 챙겨두는 편이 좋다.
숲과 책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가 한 공간에서 만날 때, 그곳은 더 이상 단순한 관람지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걸어야 할 곳이 된다. 나남수목원은 자연을 보러 갔다가 뜻밖에 활자의 역사를 마주하게 되는, 예상을 벗어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여름 자작나무 숲의 초록과 흰 수피가 겹쳐 보이는 지금, 계절이 바뀌기 전 이 숲과 책의 조합을 직접 걸어볼 만하다. 다만 동절기에는 수목원이 문을 닫는 만큼, 방문 전 시기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헛걸음을 막는 방법이다.
Comments

푸른빗
08.04 23:33
인터봉지
08.05 06:59
이엔짱
08.05 10:51
머시기
08.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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