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 약사암
금오산 약사암
1호 도립공원의 최고 절경
한여름 짙은 소나무와 활엽수 숲 지붕 아래로 계곡을 타고 내려온 서늘한 산바람이 스친다. 땀을 식히며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이면서, 깎아지른 기암절벽 위에 자리한 경내가 나타난다.
그곳에 서면 구미 시가지와 낙동강이 발아래로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압도적인 풍경의 주인공이 바로 금오산 약사암(경상북도 구미시 남통동 산33-1)이다.
웅장한 산세 덕에 예로부터 '남숭산'이라고도 불렸던 금오산은 976.5m 고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금빛 까마귀가 나는 산'이라는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대한민국 1호 도립공원이 품은 고찰
1970년에 지정된 대한민국 1호 도립공원이라는 타이틀은 금오산이 단순한 등산 코스를 넘어 오랜 역사적 무게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정점에 있는 약사암은 조선시대 기록에도 정상 부근 암석 사이에 위치한다고 언급될 만큼 유서가 깊으며, 금오산에서 가장 오래된 고찰로 꼽힌다.
경내에는 약사여래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어 참배객의 발길이 이어지는데, 절벽 위라는 입지 특성상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 많아 방문 시 강풍에 유의하고 조용한 참배 예절을 지키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이 오래된 암자가 연중무휴 무료로 개방된다는 점은 특별하다.
입장료 없이 언제든 찾아 산 위의 고요함과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랜 세월 이곳이 지역 신앙의 중심으로 자리해온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폭포와 잔도, 할딱고개를 지나는 길
약사암까지 오르는 완주 코스는 주차장을 출발해 해운사, 대혜폭포, 도선굴, 오형돌탑, 마애석불을 차례로 거쳐 약사암에 닿았다가 다시 돌아오는 왕복 약 6.8km 구간으로, 3시간 30분에서 4시간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행 중 만나는 명금폭포, 즉 대혜폭포는 북쪽 중턱에 위치한 높이 38m의 폭포로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며, 인근의 도선굴과 금오산성 역시 언제든 둘러볼 수 있다.
다만 대혜폭포에서 도선굴로 향하는 구간은 폭 1m가량의 좁은 잔도가 이어져 발밑을 살펴야 하고, 이어지는 등산로에는 576개의 나무계단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할딱고개'가 기다리고 있어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힘든 구간인 만큼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오르는 편이 안전하다.
고려 보물과 사연 깊은 돌탑
탐방로 변에서는 뜻밖의 문화유산도 만난다. 자연 암벽 모서리에 조각된 구미 금오산 마애여래입상은 전체 높이 5.55m에 이르는 고려 시대 보물로, 산길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그 존재감이 예사롭지 않다.
조금 더 걷다 보면 등산로 경유지인 '오형돌탑'이 눈길을 끄는데, 이는 10세에 뇌병변 장애로 세상을 떠난 손주를 그리워한 할아버지가 금오산의 '오'와 손주 이름의 '형'을 따 쌓은 사연을 품고 있다.
웅장한 자연 경관 사이에 깃든 이 개인적인 사연은, 금오산이 단순한 산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삶과 그리움이 켜켜이 쌓인 공간임을 보여준다.
케이블카와 주차, 오르는 법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1974년 개통된 길이 805m, 51인승 규모의 금오산케이블카는 약 6분 30초 만에 해운사 입구까지 이동시켜주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8월 현재 이용 요금은 대인 왕복 11,000원(편도 6,000원), 소인 왕복 6,000원(편도 4,000원)이며, 경상북도 구미시 남통동 288-2에 위치한 금오산도립공원 공영주차장은 소형차 기준 당일 1,500원의 요금이 붙는다.
산행 후 여유가 있다면 금오산 저수지를 따라 2.3km 길이로 조성된 금오지 수변 산책로를 함께 걸어보는 것도 좋은데, 이 완만한 코스가 가파른 등반 뒤의 피로를 달래주는 산책 코스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절벽 위에서 마주하는 낙동강과 시가지의 풍경, 그리고 그 길목에 남은 고려 보물과 이름 없는 이의 그리움까지, 금오산은 걷는 이의 속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케이블카로 편하게 오르든, 할딱고개를 땀 흘리며 넘든 그 끝에서 마주하는 약사암의 전망은 다르지 않다. 짙은 녹음이 가장 우거진 이 여름, 계곡 바람이 남아있는 지금이 정상의 파노라마를 마주하러 나서기 좋은 때다.
Comments
인터봉지
08.18 08:10
deepbluesky
08.18 09:45
제시카
08.18 16:22
인커밍
08.1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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