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
남도 강진에서 마주하는 역사와 사찰의 숨결
늦여름 강진만의 바람이 만덕산 자락을 타고 오른다. 초록이 짙어진 야생 차밭 사이로 백련사 지붕이 보이고, 조금 아래로는 다산 정약용의 발자취를 모은 박물관이 자리한다. 하나는 문턱 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작은 관람료를 내야 문을 연다.
두 곳의 운영 방식부터 살펴보면, 강진 여행의 동선을 짜는 데 실마리가 보인다. 백련사와 다산박물관은 걸어서 이어지는 거리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도 부담이 없다.
입장료 없는 백련사, 유료인 다산박물관
백련사는 입장료가 없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로 문을 열어두기 때문에 계절이나 요일에 구애받지 않고 찾아가도 된다.
반면 다산박물관은 어른 2,000원, 청소년과 군인은 1,000원, 어린이는 500원의 관람료를 받는다. 20인 이상 단체로 방문하면 어른 1,000원, 청소년과 군인 500원, 어린이 300원으로 절반가량 낮아진다.
다만 만 5세 이하와 만 65세 이상, 강진군민,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 장애인과 보호자, 공무 수행 중인 공무원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 실제로 요금을 내는 방문객은 제한적이다.
운영시간도 백련사와 같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나 입장은 오후 5시 30분에 마감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고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그다음 첫 평일에 쉰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다.
만덕산이 품은 명승과 천연기념물
백련사와 다산초당이 자리한 일대는 '강진 만덕산 백련사와 다산초당 일원'이라는 이름의 명승으로 지정돼 있다. 백련사 초입의 만경루에 올라서면 강진만과 가우도가 한눈에 담기고, 그 아래로 야생 차밭과 붉은 동백꽃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이 산에 야생 차나무가 유독 많아 예로부터 '다산'이라 불렸다는 이름의 유래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백련사 동백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그 규모와 보존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대웅보전 역시 2023년 6월 국가 지정 보물로 지정돼 전통 목조건축의 예술적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만덕사에서 백련사로, 다산의 흔적까지
백련사의 역사는 신라 문성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염국사가 산 이름을 따 만덕사라는 절을 세운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고려 희종 7년, 원묘국사 요세스님이 옛터에 다시 절을 세우고 백련결사를 이끌면서 지금의 이름인 백련사로 불리게 됐다.
시간이 흘러 조선 후기, 강진에 유배 온 정약용은 이곳에서 아암 혜장선사와 종교와 나이를 넘어선 교류를 나눴다고 전해진다. 그가 훗날 대표 호로 삼은 '다산'이라는 이름도 바로 이 만덕산에서 비롯됐으니, 절과 인물의 인연이 예사롭지 않다.
동백이 피는 계절과 함께 걷는 길
백련사의 동백꽃은 11월 말부터 피기 시작해 3월 말이면 절정을 이루고, 4월에는 떨어진 꽃송이가 땅을 붉게 물들이며 또 다른 정취를 만든다. 이 시기에 맞춰 방문하면 휴식형, 단체 체험형, 다도체험 등 다양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백련사(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백련사길 145)에는 주차장과 화장실이 마련돼 있으며, 문의는 전화(061-432-0837)나 공식 홈페이지(www.baekryunsa.net)를 통해 가능하다.
다산박물관(전남 강진군 도암면 다산로 766-20)까지 무료 주차가 가능해 두 곳을 오가는 여정이 한결 수월하다.
강진 여행의 매력은 절 하나, 박물관 하나를 따로 보는 데 있지 않다. 무료로 열린 백련사의 오랜 신앙과 자연, 그리고 소액의 관람료로 만나는 다산의 사유가 겹쳐질 때 이 땅의 이야기는 비로소 완성된다.
동백이 붉게 물드는 늦겨울부터 이른 봄 사이, 혹은 낙화가 땅을 덮는 4월의 어느 날 이 길을 걸어본다면 계절과 역사가 동시에 다가오는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Comments
이엔짱
08.28 14:37
tcafe211
08.28 16:19
공룡
08.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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