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국립공원
부산 금정산국립공원
성곽 따라 정상까지 오르는 무료 산행 코스
9월 초 아침 공기가 선선해질 무렵, 고당봉 801.5m 능선 위로 안개가 걷히면 부산 시내가 발아래 펼쳐진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금정산성 성곽과 그 아래 자리한 범어사가 함께 눈에 들어오는 이 풍경은 올해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
금정산 일대가 부산 시민의 오랜 염원으로 20년이라는 기다림 끝에 2026년 제24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부산진구·동래구·북구·금정구·연제구·사상구와 경상남도 양산시까지 7개 시군구에 걸친 66.859㎢가 국가 차원의 보호지로 묶인 것이다.
그런데도 산행 자체는 여전히 무료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만한 규모의 자연과 역사를 돈 한 푼 안 들이고 마주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금정산국립공원
금정산의 산릉은 고당봉을 정점으로 북쪽 장군봉 727m, 남쪽 상계봉 638m를 거쳐 백양산 642m까지 이어지며 하나의 커다란 곡선을 그린다. 고당봉을 기점으로 북동에서 남동, 다시 남서 방향으로 휘어지는 능선의 생김새가 마치 초승달을 닮았다.
중앙부는 침식으로 깎여 내려앉은 분지 형태를 띠며, 사면은 대체로 경사가 급한 편이라 산행 중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지질학적으로는 백악기 말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식어 굳은 화강암이 융기하며 만들어졌는데, 경상계 퇴적암층과 화산암류 위에 불국사 화강암류와 마산암류가 자리 잡은 구조다.
이 화강암은 오랜 세월 절리와 풍화를 겪으며 토르·타포니·나마·인셀베르그·암괴류 같은 독특한 암석 지형을 곳곳에 남겼고, 산록과 산정 사이에는 거대한 자갈과 바위가 넓게 흩어진 너덜 지대가 펼쳐져 있어 걷는 내내 지형 자체가 볼거리가 된다.
낙동강과 수영강을 가르는 분수계
금정산지는 낙동강과 수영강의 물줄기를 나누는 분수계 역할을 한다. 산에서 발원한 온천천은 수영강으로 흘러들며, 이 일대는 낙동정맥의 핵심 생태축으로 기능한다.
그 덕분에 가는동자꽃과 자주땅귀개 같은 희귀 식물부터 수달·삵·고리도롱뇽 등 멸종위기종까지 포함해 1,700여 종에 이르는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꼽힌다.
산 정상부 고당봉 부근에는 금빛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깃든 금샘이 자리하는데, 이 전설이 바로 금정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다. 세종실록지리지에도 금샘 관련 기록이 남아 있고 삼국유사에는 ‘금정범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신라 시대부터 이 산은 범어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이어져 왔다. 실제로 범어사는 신라의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금빛 물고기 전설이 절 이름에도 그대로 녹아들었다.
범어사·고당봉 탐방길
탐방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지점은 범어사(부산 금정구 범어사로 250)다. 이곳에서 출발해 금정산성 북문까지는 1.5km가 떨어져 있으며, 이동하는 데 약 50분이 걸린다. 북문에서 다시 고당봉 정상까지는 1km 거리로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탐방 구간 안에는 금정산성과 고당봉, 금샘, 범어사라는 이 산의 핵심 자원이 모두 담겨 있다. 둘레 약 17km에 이르는 금정산성은 사적 제215호로 지정된 유서 깊은 성곽으로,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성벽과 자연 지형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연간 약 300만 명이 방문하는 이 공간은 이용 중심의 성격과 생태 보호지역으로서의 가치가 함께 공존한다.
무료 입장·주차·이용 정보
범어사 코스는 입장료가 없으며 주차는 범어사 경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범어사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금정산성 관광지는 상시 개방에 연중무휴다. 두 곳 모두 이용 요금은 무료이고 주차할 수 있다.
서울에서 금정산국립공원까지 차로 이동한다면 경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영천고속도로를 거쳐 다시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한 뒤 노포IC에서 ‘노포’ 방향으로 빠져나와 범어사 방면 주차장까지 약 4시간 40분이 걸린다.
국립공원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고 해서 이 산이 갑자기 멀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심에서 지하철과 버스로도 닿을 수 있는 접근성과 국가급 보호지의 생태적 가치가 공존한다는 사실이 금정산의 진짜 매력이다.
선선해진 9월 공기 속에서 화강암 너덜 지대를 밟고 금정산성 성곽을 따라 고당봉까지 오르는 여정은, 비용 부담 없이도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로 남아 있다.
Comments
JinB
09.04 23:32
잉여
09.05 07:42
공룡
09.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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