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 해광사
부산 기장 해광사
침수 불상이 낳은 관음 도량
가을 초입, 기장 앞바다에서 밀려온 소금기 바람이 산비탈 절집 기와를 훑고 지나간다. 1974년 이곳에서는 낯선 결정이 내려졌다.
바닷물에 오래 잠겨 있던 목조 불상을 더는 모실 수 없게 되자, 법당 뒤 언덕에 그 불상을 묻고 절 이름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별도의 보존 처리 없이 부식과 훼손이 이어진 불상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그 사건은 지금의 절 이름에 고스란히 남았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에 자리한 해광사가 그 무대다.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름과 모습을 바꿔온 이 절은 지금도 조용히 문을 열어두고 있다.
해광사
해광사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340에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범어사 소속 사찰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 입장료 없이 무료로 운영되며 주차 역시 무료다.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하는 만큼 요일이나 계절에 관계없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다만 운영·요금·주차 관련 정보는 시간이 지나며 바뀔 수 있어 방문 전 최신 내용을 다시 확인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김목암의 초가 법당·해광의 불사
해광사의 시작은 지금의 규모와는 거리가 멀었다. 약 100년 전 승려 김목암이 이곳에 절을 세웠는데, 바다에서 인양한 목조 불상을 봉안하면서 절 이름을 해불암이라 지었다.
이후 불자들의 원력으로 돌담이 둘러지고 초가 네 칸짜리 법당이 세워졌으며, 김목암은 그 뒤 출가의 길을 걸었다. 절의 전환점은 1941년에 찾아온다. 승려 해광, 속명 노해광이 해불암 주지로 부임하면서다.
그는 대구 지역 인사로부터 절터를 사들이고 기존 초가 건물을 철거한 뒤, 법당과 명부전·삼성각·종각·해변 용왕당에 요사채 세 동까지 새로 지어 절의 골격을 완전히 바꿨다. 여기에 미륵대불 입상과 다보탑을 세우고 삼존불을 봉안했다.
범종을 주조하고 법당 뒤편에 조경 석축을 쌓았다. 사유지를 넓혀가며 규모를 키운 결과가 해광사의 뼈대인 셈이다. 해광은 1998년 3월 20일 입적했고, 혜성 주지가 단청 불사와 명부전 중창, 요사채 건립을 이어가며 관음 기도 도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포식 지붕이 만든 세 채의 균형
해광사 경내를 걷다 보면 건물 세 채가 만드는 균형감이 먼저 눈에 든다. 중심에 선 대웅전은 정면 다섯 칸, 측면 세 칸 규모의 다포식 겹처마 팔작지붕 기와집으로, 세 건물 가운데 가장 넓은 몸집을 자랑한다.
대웅전 왼쪽에는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명부전이 자리하는데, 다포식 겹처마 맞배지붕 구조이며 전면에는 다보탑을 모방한 석탑이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반대편 오른쪽의 삼성각은 명부전과 같은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이지만 팔작지붕을 얹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대웅전과의 사이 공간에는 석조 미륵불 입상이 세워져 있다.
지붕 형식과 칸수를 조금씩 달리한 세 건물이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배치야말로 해광의 불사가 남긴 가장 뚜렷한 흔적이다.
걸어서 17분,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절을 둘러본 뒤라면 바다 쪽으로 발길을 이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해광사에서 차량으로 약 3분, 걸어서는 약 17분 거리에 오시리아 해안산책로가 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62-22에 위치한 이 산책로 역시 연중무휴로 열려 있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해광사 방문과 자연스럽게 이어 붙일 수 있는 동선이다.
탁 트인 바다와 해안 쉼터, 야생화가 핀 구간과 소나무 숲이 번갈아 나타나며 어린이를 동반해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길로 조성되어 있다.
절벽 위에는 용왕단이 자리해 바다를 향한 시선을 붙잡고, 곳곳에 놓인 흔들의자는 걷다가 잠시 앉아 파도를 바라보게 만든다. 이 산책로는 2019년 대한민국 조경 대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공간이기도 하다.
절 이름 하나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면, 해광사는 단순한 관람 코스를 넘어 시간의 층위를 걸어보는 자리가 된다.
초가 법당에서 다포식 기와집으로, 침수된 불상에서 관음 기도 도량으로 이어진 변화의 궤적은 건물 배치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다. 바람이 선선해지는 계절, 절집을 둘러보고 해안산책로까지 걸어보는 반나절 코스로 기장을 찾아볼 만하다.
Comments
은하수
09.04 20:50
이엔짱
09.04 22:49
잉여
09.0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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