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농다리
진천 농다리
세금천을 가로지르는 천년의 건축
초여름 문턱, 초록이 짙어지는 들판 한가운데 붉은 빛 돌다리 하나가 수면 위로 낮게 엎드려 있다. 오월의 햇살이 세금천 물결 위에서 부서지고, 그 빛을 받은 사력암질 붉은 돌은 계절의 생기를 그대로 머금는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로 꼽히는 이곳은 지방지정문화유산 유형문화유산으로 공식 등재된 공간이다.
1976년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이래 반세기 가까이 보존되어 왔으며, 『상산지』와 『조선환여승람』 두 문헌 모두에 고려 초기 임장군이 축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5월의 농다리는 특히 조용하고 깊다. 축제 인파가 빠진 자리에 신록이 들어차며, 물소리와 바람 소리만 남은 들판에서 천년의 돌다리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
고려 초기 축조 전설이 깃든 세금천의 입지
진천 농다리(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601-32)는 세금천과 가리천이 합류하는 지점 인근,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다.
고려 초기 임장군이 이 일대에 다리를 놓았다는 기록이 『상산지』(1932년)와 『조선환여승람』에 동시에 전해지며, 두 문헌의 기록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신뢰도가 높다. 원
래는 28수(宿)를 응용한 28칸 구조로 길이가 100m를 넘었으나, 오랜 세월 일부 교각이 유실되며 현재는 길이 93.6m로 남아 있다.
사력암질 붉은 자연석으로 쌓인 이 다리는 짙푸른 5월 들판을 배경으로 낮게 뻗어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고요한 풍경을 이룬다.
건쌓기 공법으로 완성된 93.6m 돌다리 구조
농다리의 가장 큰 특징은 석회나 접착제 없이 돌만으로 쌓아 올린 건쌓기 공법이다. 각 교각은 폭 4~6m로 넓게 기초를 다진 뒤 상단으로 갈수록 폭과 두께를 좁혀 쌓았으며, 돌 뿌리끼리 맞물리는 구조 덕분에 물살이 강해질수록 오히려 압력을 분산시킨다.
다리 전체 폭은 3.6m, 교각 사이 내폭은 80cm 내외로 성인 한 명이 조심스럽게 건너기에 충분한 너비다. 교각 높이는 1.2m로 수면에 가깝게 낮아, 5월 우기에 물이 차오르면 다리가 수면 아래로 잠기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수백 년을 버텨온 이 공법은 현대 토목 기술로도 재현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평호 연계 녹음 산책 코스
5월은 농다리 주변 연계 코스를 걷기에 가장 좋은 시기 중 하나다.
농다리에서 초평호 미르309 출렁다리까지 왕복 3km(약 40분) 도보 코스가 이어지며, 하늘다리까지 포함하면 왕복 4.5km(1시간 30분~2시간) 코스로 확장된다. 짙어진 녹음이 수변 산책로를 따라 펼쳐지며, 초여름 특유의 청량한 공기가 걷는 내내 동반한다.
축제 성수기가 지난 5월 중순 이후에는 방문객이 한결 줄어 호젓한 탐방이 가능하며, 붉은 돌빛과 초록 수변 풍경의 대비가 또 다른 계절감을 선사하는 편이다.
주차 요금과 이용 안내
입장료는 무료이며, 기상특보(호우·태풍) 발령 시에는 진입이 통제된다. 조명시설이 없어 일몰 후 입장은 금지된다.
주차장은 2025년 1월 2일부터 유료로 전환됐으며, 30분 이내 회차 시 무료, 30분 초과~12시간 이내는 일반 차량 4,000원·버스 8,000원(제1주차장만 이용 가능), 12시간 이상은 50,000원이 부과된다.
장애인·국가유공자·친환경차·경차는 50% 할인되며, 진천군민은 평일 무료·주말 50% 할인을 받는다. 결제는 카드만 가능하다.
주차장 검색 시 '농다리 스토리움'(진천군 문백면 농다리로 1032-11)을 이용하면 편리하며, 대중교통은 진천터미널에서 문백 방향 시내버스를 탑승해 중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버스 운행 문의는 진천여객(043-533-1501)으로 가능하다.
천년을 버텨온 돌다리 위에 서면, 설계도 없이 돌과 돌을 맞물려 강물을 이겨낸 사람들의 감각이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신록이 가장 짙게 물드는 5월, 소란 없이 고요하게 천년의 무게를 걸어볼 수 있는 곳이다.
Comments
jahee0720
05.21 13:17
제시카
05.21 14:19
tom99
05.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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