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성류굴
울진 성류굴
지하금강이라 불리는 경북 동해안의 지질 명소
초여름 햇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동굴 입구에 가까워지면 서늘한 기운이 먼저 발길을 맞는다. 지표 아래에서 수억 년 동안 빚어진 공간은 계절의 온기를 허락하지 않으며, 연중 15~17℃를 유지하는 고요한 세계가 그 안에 펼쳐진다.
한낮의 무더위를 등지고 동굴 안으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시간의 밀도가 달라지는 느낌이 드는 편이다.
이 동굴은 '지하금강'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아름다운 내부 경관을 자랑하며, 천연기념물 제155호이자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지질명소로 지정된 공간이다. 약 2억 5천만 년 전 석회암층이 지하수에 녹아 생성된 수평동굴로, 전체 길이는 약 870~915m에 이른다.
관광객에게 개방된 구간은 약 270m로, 그 짧은 거리 안에 종유석·석순·석주를 비롯한 다채로운 동굴 생성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계절 언제 방문해도 지상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실내 여행지다.
선유산 절벽 아래 자리한 천연기념물의 입지와 역사
성류굴(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성류굴로 225)은 왕피천이 동해로 흘러들기 직전, 선유산 절벽 아래에 위치한 석회암 동굴이다. 주변으로 왕피천의 맑은 물줄기가 감돌며, 피암절벽과 하천 경관이 어우러져 입구에 이르기 전부터 자연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신라 시대부터 보천태자가 수도했다는 전승이 전해져 왔으며, 고려의 이곡이 '관동유기'에 기록하고 매월당과 김창흡이 시문을 남기는 등 오랜 세월 문인들의 발길이 이어진 공간이기도 하다.
'성류굴'이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불상을 이곳으로 옮겨 피신시킨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전해지며, '성스러운 불상이 머문 곳'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종유석·석주·동굴호수가 빚어내는 270m의 지하 세계
개방된 270m 구간 안에는 석회암이 만들어낸 생성물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종유석과 바닥에서 자라오른 석순이 만나 기둥을 이룬 석주, 베이컨 시트 형태로 얇게 펼쳐진 암층, 동굴진주와 동굴산호까지 다양한 형태의 생성물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수심 4~5m에 이르는 호수 세 곳이 동굴 안에 자리하며, 왕피천과 수문학적으로 연결된 구간도 존재해 지질·수문학 학습의 현장으로도 활용되는 편이다.
곳곳에는 선녀의 밀실, 로마의 궁전, 성모마리아상 등 형상에 별칭이 붙어 탐방의 재미를 더하며, 박쥐를 비롯한 동굴동물 54종이 서식하는 생태계가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왕피천 피암절벽과 연계할 수 있는 주변 경관
성류굴 탐방을 마친 뒤에는 매표소 주변 동선을 따라 왕피천 인근 피암터널 형태의 산책로까지 이어지는 산책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절벽과 하천이 맞닿은 지점의 풍경은 포토스팟으로 입소문이 나 있으며, 인근 식당가에서는 은어회·민물매운탕·콩국수 등 울진 특유의 민물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불영사 계곡, 망양정과도 가까워 오전에 성류굴을 탐방한 뒤 오후에는 해안이나 계곡으로 이동하는 하루 코스 구성이 효율적이다. 신라 이래 수많은 기록을 남긴 공간인 만큼, 현장 안내판과 해설을 함께 활용하면 단순 관람 이상의 깊이를 얻을 수 있다.
운영시간·요금·교통 및 방문 시 유의사항
하절기(3~10월)는 09:00~18:00, 동절기(11~2월)는 09:00~17:00로 운영하며, 입굴 마감은 운영 종료 30분 전이다. 매주 월요일 정기 휴관하며,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 날 휴관한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군인 3,000원, 어린이 2,500원, 노인 1,000원이며, 30인 이상 단체는 각각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65세 이상·국가유공자·장애인·미취학아동은 무료 입장 가능하며, 해당 증빙 서류 지참이 필요하다. 문의는 054-789-5404로 가능하다.
성류굴은 2억 5천만 년이라는 시간이 한 공간에 압축된 곳으로, 지질의 아름다움과 역사의 켜가 함께 쌓인 드문 여행지다. 동굴 생성물 하나하나에 시간의 무게가 담겨 있어, 짧은 270m 동선이 유독 길고 풍부하게 느껴지는 셈이다.
계절의 온도에 지쳐 가는 날, 혹은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이 그리워지는 날, 선유산 절벽 아래 그 입구를 찾아보길 권한다.
Comments
찰져81
06.06 16:51
모찌e
06.06 17:27
jahee0720
06.06 17:53
tom99
06.06 22:52
인커밍
06.1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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