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하목정
인조의 흔적이 남은
대구 하목정
한여름 뙤약볕을 피해 그늘을 찾다 보면 결국 발길이 닿는 곳은 오래된 처마 밑이다. 대구 달성군 하빈면, 낙동강 물줄기가 굽어보이는 자리에 선 하목정은 그런 그늘 중에서도 유난히 깊은 사연을 품고 있다.
임진왜란 직후인 1604년 세워진 이 건물은 조선 왕실과의 인연 덕에 파격적인 건축 기법을 얻었고, 전쟁의 상처를 딛고 2019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승격됐다.
지금은 입장료도, 주차비도 받지 않는 무료 피서지로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 왕실과 인연을 맺은 별당 건축을 공짜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의병장의 사랑채에서 시작된 이야기
하목정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낙포 이종문이 세운 건물이다. 원래는 그의 제택에 딸린 사랑채로 지어져 손님을 맞고 문객들과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쓰였다.
특별한 이름을 얻게 된 계기는 조선 인조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이곳에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그 인연으로 이종문의 장남에게 '하목정'이라는 당호를 직접 하사한 것이다.
왕실과의 관계는 이름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인조는 내탕금까지 내려 지붕 서까래 위에 부연, 즉 덧서까래를 달도록 명했는데 이는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조선 시대 백성의 주택에는 부연을 다는 것이 관례상 금기시됐기 때문이다. 왕이 아니었다면 존재하기 어려웠을 건축적 특권이 오늘의 하목정을 만든 셈이다.
방구매기 수법과 T자형 평면
하목정의 건축적 가치는 지붕과 평면 구조 두 곳에서 동시에 드러난다.
지붕 양쪽 추녀를 살짝 잘라내 처마 끝을 둥그스름하게 마감하는 '방구매기' 수법이 적용됐으며, 여기에 부연까지 더해지면서 당시 사가 건축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한 조합이 완성됐다. 평면 구조 역시 이례적이다.
정면 3칸의 넓은 대청과 정면 1칸, 측면 4칸의 온돌방들이 옆으로 누운 'T'자형으로 배치돼 있는데, 이는 주인과 하인이 한 건물 안에 함께 머무는 용도까지 고려한 설계로 풀이된다. 신분에 따라 공간을 엄격히 분리하던 당시 관행을 생각하면 상당히 유연한 구성이었던 셈이다.
안채 소실이 낳은 정자로의 변신
굴곡진 역사도 하목정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요인이다. 6·25 전쟁 당시 본채였던 안채가 불타 사라지면서, 사랑채로 지어졌던 하목정만 홀로 남게 됐다.
이후 별도의 정자로 성격이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안채를 잃은 상실이 오히려 하목정을 독립된 건축물로 주목받게 만든 계기가 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하목정(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 하목정길 56-10)은 2019년 12월 30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53호로 승격 지정됐다.
무료 개방, 지금이 방문 적기
하목정은 정해진 휴관일 없이 일년 내내 상시 운영되며, 관람 시간에도 별도 제한을 두지 않아 낮 시간대라면 언제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주차장 이용과 입장 모두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낙동강 바람이 처마 끝을 스치는 하목정 마루에 앉아 있으면, 왕의 파격과 전쟁의 상흔이 한 건물 안에 겹겹이 쌓여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화려한 단청이나 웅장한 규모 없이도 보물이 된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시간의 층위 때문일 것이다.
에어컨 대신 마루 그늘과 강바람을 택하고 싶은 여름, 무료로 열려 있는 이 오래된 별당을 찾아가 볼 만하다.
Comments
rmflawk
07.31 09:24
이엔짱
07.31 11:04
여행.사진 - 1페이지 목록
|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 추천 |
|---|---|---|---|---|---|---|
| 62849 | 사진 | 벨리즈, 수난투니치 마야 유적지 |
이뽀나
|
09.12 | 89 | 0 |
| 62848 | 사진 | 벨리즈, 수난투니치 마야 유적지 |
이뽀나
|
09.12 | 78 | 0 |
| 62847 | 사진 | 벨리즈, 수난투니치 마야 유적지 |
이뽀나
|
09.12 | 83 | 0 |
| 62846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79 | 0 |
| 62845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79 | 0 |
| 62844 | 사진 | 여름_바다_서핑 |
WPQLEHD
|
09.12 | 71 | 0 |
| 62843 | 여행 | 페루 무지개산 |
WPQLEHD
|
09.12 | 89 | 0 |
| 62842 | 사진 | 아름다운 멋진 |
WPQLEHD
|
09.12 | 81 | 0 |
| 62841 | 여행 | 외국_풍경 |
WPQLEHD
|
09.12 | 82 | 0 |
| 62840 | 여행 | 헝가리 부다페스트 |
WPQLEHD
|
09.12 | 91 | 0 |
| 62839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77 | 0 |
| 62838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82 | 0 |
| 62837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82 | 0 |
| 62836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73 | 0 |
| 62835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81 | 0 |
| 62834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74 | 0 |
| 62833 | 사진 | 아름다운 풍경/자연/도시.. |
믹크
|
09.12 | 82 | 0 |
| 62832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71 | 0 |
| 62831 | 사진 | 아름다운 풍경/자연/도시.. |
믹크
|
09.12 | 81 | 0 |
| 62830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83 | 0 |
| 62829 | 사진 | 아름다운 풍경/자연/도시.. |
믹크
|
09.12 | 77 | 0 |
| 62828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83 | 0 |
| 62827 | 사진 | 아름다운 풍경/자연/도시.. |
믹크
|
09.12 | 79 | 0 |
| 62826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76 | 0 |
| 62825 | 사진 | 아름다운 풍경/자연/도시.. |
믹크
|
09.12 | 82 | 0 |
| 62824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85 | 0 |
| 62823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79 | 0 |
| 62822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81 | 0 |
| 62821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91 | 0 |
| 62820 | 사진 | 베트남의 아름다움 |
이뽀나
|
09.12 | 88 | 0 |
annalee




WPQLEHD
믹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