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종학당
논산 종학당
여름꽃 만발한 조선시대 교육 공간
여름볕이 짙어지며 배롱나무 붉은 꽃잎을 한층 더 달구는 계절, 논산의 낮은 들판 한쪽에는 380여 년 전 세워진 배움터가 지금도 문을 열어두고 있다.
매미 소리가 가득한 마루에 앉아 있노라면 이곳이 한때 조선시대 문과 급제자 42명을 배출한 교육 공간이었다는 사실이 쉬이 믿기지 않는다.
종학당이라 불리는 이 공간은 상시 개방에 무료 관람까지 가능해 누구든 지금 걸어 들어갈 수 있고, 담장이 가로막지 않는 구조 덕분에 마을 길을 걷다 자연스레 마주치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문중 사당쯤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실용적 교육기관에 가까웠던 곳이다.
종학당
논산 11경 중 하나인 종학당(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 종학길 39-6)은 파평 윤씨 문중에서 자녀와 친족 교육을 위해 운영한 조선시대 사설 교육기관이다. 흔히 문중 인물만을 위한 폐쇄적 공간으로 오해받는다.
그러나 실제 운영 목적은 문중 전체의 학문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있었으며 그 결과가 280여 년 동안 배출된 문과 급제자 42명이라는 수치로 남았다. 건립을 주도한 인물은 인조 21년인 1643년 이곳에 교육도장을 마련한 윤순거였다.
이후 문중 자제들이 대를 이어 이곳에서 학문을 익혔다. 그렇게 이어지던 교육은 1910년 경술국치를 맞으며 사실상 명맥이 끊겼는데, 근대식 학제가 자리 잡으면서 전통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는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통 교육기관이 근대식 학제에 자리를 내주며 겪은 변화가 이 작은 교육도장에도 고스란히 새겨진 셈이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1970년 동토 선생의 5대손 윤정규에 의해 재건된 것으로, 정면 3칸·측면 2칸 규모에 중앙 1칸 통간 마루와 양쪽 방을 둔 팔작지붕 구조로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1997년에는 충청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다시 인정받았다. 파평 윤씨 종중은 2001년 종학당과 백록당, 정수루, 보인당 일원을 묶어 '종학원'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했다고 전해진다.
이 덕분에 방문객은 하나의 권역 안에서 여러 건물과 여름 경관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저수지 물들인 배롱나무꽃·연꽃
종학당을 찾아야 할 계절적 이유는 따로 있다. 배롱나무꽃은 7월 중순부터 피어나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저수지를 채운 연꽃은 6월 중하순부터 개화를 시작한다.
두 꽃이 피는 시기가 여름 한복판에서 맞물리는 덕분에, 학문을 익히던 마루 너머로 붉은 배롱나무꽃과 연잎 사이 연꽃, 고요한 저수지가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이 완성된다.
특히 8월인 지금이 배롱나무꽃과 연꽃이 동시에 절정을 향해 가는 시기와 정확히 맞물려, 이 공간이 사계절 살아 숨 쉬는 장소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료 개방·인근 답사길
종학당은 상시 개방에 무료 관람인 만큼 사전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으며, 방문객용 무료 주차 공간과 화장실도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에도 부담이 적다.
여기에 더해 인근에는 노성궐리사와 논산 충헌사가 자리해 있는데, 두 곳 모두 연중무휴 개방되고 주차가 가능해 종학당과 묶어 하루 코스로 돌아보기 좋다.
유교 문화유산 세 곳을 한 번에 잇는 여정을 짧은 이동 거리 안에서 완성할 수 있는 셈이다. 종학당 배롱나무꽃은 현재 지기 시작하고 있어 최대한 빨리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배움의 공간이 반드시 담장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종학당이 지금까지 전하는 것은 급제자 숫자보다, 누구나 드나들 수 있었던 열린 구조 그 자체일지 모른다.
배롱나무꽃과 연꽃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8월, 무료로 열려 있는 이 오래된 교실을 걸어보는 것도 여름 한 철의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Comments
인커밍
08.07 11:26
머시기
08.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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