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황등석산
익산 황등석산
청와대부터 국회의사당까지 지은 거대 석벽
가을 초입,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서 오후 4시의 빛이 벌써 낮게 눕는다. 이런 계절에 익산을 찾는다면 눈여겨볼 곳이 하나 있다.
639년 백제 무왕 시기 세워진 미륵사지 석탑부터 조선총독부, 서울역, 한국은행, 청와대 영빈관, 국회의사당까지 약 1,400년에 걸쳐 대한민국의 굵직한 건축물을 지어온 돌이 있다.
바로 익산 황등석이다. 그 돌이 채취되는 현장, 지하 80m 깊이의 채석장을 눈앞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익산 황등면에 위치한 황등석산 전망대 어스언더파크다.
화강암 절벽과 실제 채석 작업이 동시에 펼쳐지는 이 풍경은 관광지라기보다 살아있는 산업 현장에 가깝다.
황등석산
익산석은 화강암 계열이면서도 회백색을 띠고 입자가 곱고 철분 함량이 낮다는 특징을 지녔다. 이런 물성 덕분에 국내 3대 화강암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오랜 세월 국가를 대표하는 건축물의 재료로 선택돼왔다.
실제로 미륵사지 석탑 같은 백제 유적부터 근현대 국가 시설까지 폭넓게 쓰인 이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돌이 나오는 곳이 바로 황등면 일대이며, 조선 철종 9년인 1858년경부터 화강암 채취가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청국인과 그 2세들이 경영을 이어받았고, 일본인이 36년간 운영을 맡았다가 일제 말기에는 한국인 운영으로 전환됐으며, 1970년대 들어 현대식 개발이 이뤄지고 2000년대에는 일본 진출 기록까지 남겼다. 채석의 역사가 곧 근현대사의 축소판인 셈이다.
축구장 9개 넓이의 절개면
100년 넘게 이어진 채석 작업은 황등석산에 깊이 80m, 최고 120m에 달하는 수직 석벽을 만들어냈다. 장변 500m, 단변 300m의 타원형 구조로 형성된 채석장 면적은 축구장 9개를 합친 약 2만 평에 이른다.
이 거대한 절개면에서는 현재도 다이아몬드 와이어 톱을 이용한 채석 작업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방문객은 전망대 안전 구역 안에서 이 현장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제1전망대 외부 데크와 진입로의 수직 절개면은 네모난 기하학적 패턴을 그리고 있어 채석 현장 자체가 하나의 조형물처럼 보인다. 2025년 10월 개장한 이 전망대는 첫 달에만 2만 명이 찾아올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방문은 해 지기 전에
전망대 이름은 어스언더파크로, 내부에는 미디어아트와 황등석 역사 전시, 카페 공간이 함께 구성돼 있다.
특히 높이 80m, 길이 1.5km에 달하는 석벽 전면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는 국제 작가의 영상이 정기적으로 교체되며 밤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다만 이 콘텐츠를 온전히 즐기려면 시간대 선택이 중요한데, 일몰 1~2시간 전인 오후 4시부터 5시 30분 사이에 방문하면 회백색 석벽이 붉은빛으로 물드는 변화를 함께 볼 수 있어 추천할 만하다.
외부 산책과 전망 관람은 무료이며, 카페 어스언더파크에서 식음료를 즐기려면 별도 비용이 든다. 카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고 마지막 주문은 오후 7시까지 가능하다.
익산석의 다음 챕터·연계 관광지
황등석산은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황등면 황등7길 34에 위치하며,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전망대까지 도보로 3~5분이면 닿는다. 여기서 차로 약 3분 거리에는 아가페정원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하절기인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은 오후 4시까지 가능하며, 동절기인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장은 오후 3시까지로 운영 시간이 짧아진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방문 2주 전 사전 예약이 필요하고,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 사이 고려연산홍 터널과 9월 상사화, 11월 공작단풍이 계절마다 볼거리를 바꿔준다. 황등석산 쪽도 변화가 예고돼 있다.
제1전망대보다 3배 규모인 제2전망대가 2027년 개장을 앞두고 있으며, 채석 작업은 2029년 종료 후 3단계 공원 조성에 들어가 2031년 복합 문화예술공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하 80m의 절개면을 마주하는 순간, 이곳이 관광지로 조성된 곳이 아니라 여전히 돌을 캐내는 산업 현장이라는 사실이 새삼 다가온다.
2031년 문화예술공원이 완성되기 전, 채석 작업이 진행 중인 지금의 원초적인 풍경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볼 수 없는 모습이 될 수 있다. 해가 짧아지는 계절, 오후 4시 이후의 붉은 절벽을 보러 갈 이유는 충분하다.
Comments
잉여
09.07 08:09
인커밍
09.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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