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분산성
김해 분산성
해발 330m서 낙동강 내려다보는 산성
늦여름 볕이 한풀 꺾이는 9월 초,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 하류는 벌써 저녁 색을 준비하고 있었다.
경남 김해 분산 정상부에는 923m에 이르는 옛 성벽이 남아 있는데, 놀랍게도 이 성벽과 그 곁의 사찰 모두 입장료 없이 상시 개방된다.규모로만 보면 유료 관람지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를 수 있는 공간이다.
사적으로 지정된 성곽과 허왕후 설화가 깃든 절이 나란히 자리한 이 산책길은 순서만 잘 잡으면 짧은 동선으로도 역사와 풍경을 함께 담을 수 있다.
분산성
분산성과 해은사는 같은 산에 있지만 주소지는 경상남도 김해시 사충단길 190으로 확인된다.
두 곳 모두 상시개방·연중무휴이며 입장료가 없다는 점은 같지만, 해은사는 주차장을 갖추고 있어 방문 계획을 세울 때는 해은사를 먼저 목적지로 잡는 편이 수월하다.
실제로 산을 오르는 동선도 해은사를 먼저 찾은 뒤 그 옆길을 이용해 분산성으로 넘어가는 방식이 자연스러운데, 해은사에서 성벽까지는 도보로 약 2분이면 닿을 만큼 가깝다.
이 옆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는 구간에서는 김해 시가지 전경과 함께 이어지는 성벽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걷는 방향을 그대로 잡고 있어도 시야가 자연스럽게 성곽 쪽으로 전환된다.
923m 성벽이 그리는 능선
해은사 옆길을 통해 올라선 분산성은 해발 330m 분산 정상부에 쌓은 테뫼식 석축산성으로 안내되고 있으며,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제66호로 지정돼 있다.
성벽 둘레는 약 923m, 폭은 8m 정도에 이르는데 정상부의 평탄한 지형을 따라 남북으로 긴 타원형으로 배치돼 있어 걷는 내내 능선의 흐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석벽은 수직에 가까운 형태로 쌓였으며 높이는 약 3~4m에 달해, 낮은 곳에서 올려다보면 상당한 압박감을 주는 방어 구조물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 성벽이 처음부터 지금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정국군박공위축성사적비에는 조선 초기 박위가 옛 산성을 수축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이후 임진왜란을 거치며 성벽이 무너졌다가 1871년, 고종 8년에 이르러서야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쌓아 올려졌다.
사적비 앞에 서면 축성과 붕괴, 재축성으로 이어진 수백 년의 시간이 한 지점에 압축돼 있다는 사실이 새삼 다가온다.
가락국 설화·남해 한눈에 들어오는 절
해은사는 그 자체로 이야기를 품은 공간이다. 인도 아유타국을 떠나 가락국에 닿았다는 허왕후의 항해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사찰로, 김해의 명당으로 꼽히는 만장대에 자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남쪽으로 낙동강 하류 평야가, 서쪽으로는 김해시가, 동쪽으로는 동김해시가 각각 다른 풍경으로 펼쳐지는데, 분산성 안에 위치한 지리적 조건 덕분에 과거에는 왜적에 대응하는 전진기지 역할도 겸했다.
경내 대왕전에는 수로왕과 허황후의 영정이 함께 봉안돼 있어 가락국 건국 서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 된다.
사찰의 정비는 1982년 영산전 중건을 기점으로 여러 법당이 순차적으로 중건·보수되며 이어졌고, 1997년에는 허황후가 배에 싣고 왔다는 전설 속 파사석탑을 재현하는 불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설화에 따르면 허왕후는 바로 이 산성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떠나온 아유타국을 그리워하고 백성의 안녕을 기원했다고 전해지는데, 오늘날 방문객들이 성벽 위에서 노을을 마주하는 순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을 것이다.
해가 낮아지는 늦은 오후 시간대에 해은사를 거쳐 성벽으로 오르면 낙동강 하류와 김해 시가지가 물드는 순간을 그대로 만날 수 있으니, 입장료 부담 없이 반나절 산책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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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09.06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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