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
대구수목원
매립지 위에 세운 도심 생태 박물관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도 초록빛 그늘을 찾아 걷고 싶은 계절이다. 대구 도심 한편에는 처음부터 산이었을 것 같은 울창한 수목원이 자리하고 있지만, 사실 이곳은 원래 깊은 산속 녹지가 아니었다.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약 410만 톤의 생활 쓰레기가 묻혔던 매립지였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움을 감추기 어렵다.
쓰레기 더미 위에 세워진 공간이 지금은 산림청 등록 국내 제1호 공립수목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으며, 환경부로부터 생태복원 우수사례로 두 차례나 지정받았다.
겉모습만 봐서는 그 이력을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완성도 높은 녹지로 거듭난 셈이다.
23만 평 부지에 담긴 1,750여 종의 식물
대구수목원(대구 달서구 대곡동 284)의 규모부터 살펴보면 압도적이다. 전체 부지는 약 23만 평, 제곱미터로 환산하면 247,596㎡에 달하는 거대한 도시형 녹지다.
서울 여의도공원 몇 개를 합친 듯한 면적 안에 무려 1,750여 종의 식물이 전시돼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나무 400여 종 약 6만 그루와 초화류 800여 종 13만 포기가 촘촘히 식재돼 있다.
이만한 다양성을 한 공간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단지 내부는 총 21개 테마 구역으로 세분화돼 있어 습지원, 전통정원, 야생초화원, 염료원, 약용식물원, 활엽수원, 화목원, 침엽수원 등을 차례로 둘러볼 수 있다.
하나의 정원이 아니라 21개의 작은 세계가 이어진 셈이라 걷는 내내 풍경이 바뀐다.
매립지에서 정원으로, 6년의 복원 과정
이 거대한 규모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짚어보면 복원의 발자취가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약 6년간의 조성 기간을 거쳐 시민들에게 개방됐으며, 복원 당시 대구 지하철 건설 현장 등에서 발생한 잔여 흙을 매립장 위에 덮어 식물이 뿌리내릴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버려진 흙과 버려진 땅이 만나 새로운 생태 기반을 이룬 셈이며, 그 결과물이 오늘날 21개 테마 구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단순히 나무를 심은 조경 사업이 아니라 오염된 부지를 근본적으로 되살린 환경 복원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무장애 산책로와 여름철 방문 정보
걷는 방식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약 60분 소요되는 힐링길, 90분가량의 담소길, 120분 정도 걸리는 나눔길 등으로 코스가 나뉘어 있어 체류 시간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주 탐방로 대부분이 평지나 완만한 오르막으로 조성돼 있어 전동휠체어로도 전체 시설의 80~85%를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운영시간은 8월 현재 하절기(5~8월) 기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그 외 기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짧아진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로 전시관과 온실 출입이 제한되므로 방문 전 요일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입장료와 주차요금은 모두 무료이며, 대구지하철 1호선 대곡역에서 도보 20~30분 또는 2번 출구에서 달서5번 버스로 환승해 대진중고등학교 건너편 정류장에서 내리면 도보 5~7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고 일부 안내 자료에 전해진다.
무더위를 피해 그늘을 찾는 발걸음이 결국 닿는 곳은 한때 버려졌던 땅이 다시 살아난 자리다.
쓰레기 더미 위에 흙을 덮고 나무를 심은 그 오랜 시간이 지금의 21개 정원과 21만 그루가 넘는 식물을 키워낸 셈이니, 발밑의 흙 한 줌에도 복원의 역사가 스며 있는 셈이다.
아침 서늘한 공기가 남아 있는 오전 시간, 월요일을 피해 가벼운 걸음으로 힐링길부터 걸어보길 권한다.
Comments
이엔짱
08.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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