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
축령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
홀로 일군 조림의 기적
초여름 따가운 햇살이 정수리를 데우던 날, 차창을 내리자 코끝으로 서늘하고 울창한 편백 향이 밀려들었다. 전남 장성의 축령산 기슭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도심의 열기는 순식간에 가라앉고 숲 특유의 서늘한 공기가 폐부까지 스며들었다. 이 산은 원래 벌거벗은 민둥산이었으나, 한 사람의 오랜 조림으로 지금의 울창한 편백림이 됐다.
253만 그루가 만든 치유의 숲
축령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군 서삼면 추암로 716)은 산림청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11년 5월 조성됐다. 하지만 이 숲의 뿌리는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종국 선생은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1년 동안 240㏊ 면적에 253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헐벗은 산을 홀로 숲으로 되돌려놓은 셈이다. 한 사람의 손에서 시작된 조림이 반세기를 지나 오늘날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치유의 숲으로 자란 것이다.
부부가 함께 지키는 숲
1987년 타계한 임종국 선생은 2005년 축령산 숲 내부의 느티나무 아래 수목장으로 이장돼 자신이 가꾼 숲의 일부가 됐다.
부인 김영금 여사 역시 남편의 자리에서 대여섯 발짝 아래쪽 상수리나무 밑에 함께 잠들어 있어, 부부가 나란히 숲을 지키는 모습이다.
숲을 걷다 보면 이들의 흔적을 자연스레 마주치게 되는데, 조림자의 안식처가 곧 숲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이 방문객에게 남다른 여운을 남긴다.
갈 지자 데크길과 향기 짙은 시간대
산책은 미로의 숲에서 국립장성숲체원 산림치유센터로 이어지는 약 2km 길이의 갈 지(之)자 데크길을 따라가면 되는데, 피톤치드 향이 특히 짙어 삼림욕 최적지로 꼽힌다.
실제로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가 향이 가장 진하게 퍼지는 시간대로 알려져 있어, 이 시간을 골라 걷는 편이 좋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걷다 보면 편백 특유의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데, 도심에서 쌓인 피로가 절로 씻겨 내려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무료 입장과 접근성
국립장성숲체원은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휴관하지만 숙박·시설·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며, 대덕·모암·추암·금곡 제1·금곡 제2 등 5곳의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별도의 입장료 없이 숲 전체를 걸을 수 있다는 점은 이 숲이 널리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이며,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홀로 사색을 즐기려는 이들까지 폭넓게 찾는 배경이 되고 있다.
숲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이 21년간 심은 253만 그루가 오늘의 편백향으로 남았듯, 이 숲을 걷는 시간도 그저 지나치는 풍경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쌓여 완성된 결과를 마주하는 일이다.
초여름 향이 짙은 지금이라면 그 결을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 피톤치드 향이 가장 짙게 퍼지는 시간을 골라 갈 지자 데크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이 숲이 품은 오랜 시간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Comments
이엔짱
08.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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