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고금도
완도 고금도
영웅의 마지막 숨결이 머물던 호젓한 섬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이순신 장군의 시신이 아산으로 떠나기 전, 열흘 남짓 머물렀던 곳이 있다. 강진만 남쪽 바다에 떠 있는 섬, 완도 고금도다.
조선 수군의 마지막 본영이 있던 자리이며 명나라 제독이 세운 사당이 지금도 남아 있는데, 그 사당에 정작 조선의 장군이 모셔져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이라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청동기 사람들이 남긴 고인돌과 현대에 놓인 사장교가 한 섬 안에서 나란히 시간을 건너고, 뱃길이 끊겼던 자리에는 다리가 놓였다.
그 다리를 타고 들어가면 오래된 사당과 먼 옛날의 무덤이 기다리고 있으며, 전쟁의 끝자락과 선사시대의 흔적이 같은 땅 위에 겹쳐 있는 셈이다.
고금도
완도군에서 두 번째로 큰 고금도(전남광주통합특별시 완도군 고금면 일대)의 역사적 무게중심은 묘당도 이충무공 유적에 있다. 정전과 동무·서무, 재실, 삼문, 홍살문, 관왕묘비로 구성된 이 유적은 사적 제114호로 지정돼 있다.
정유재란 당시 조·명 연합수군이 집결했던 현장을 그대로 품고 있다. 명나라 수군 제독 진린이 세운 관왕묘는 이후 정조 때 탄보묘라는 편액을 하사받았고, 1953년에 이르러 지금의 이름인 충무사로 바뀌었다.
사당 안에는 이순신 장군뿐 아니라 가리포진 첨사를 지내며 함께 싸운 이영남 장군도 함께 모셔져 있어, 한 공간에 두 장수의 이야기가 겹쳐 있는 셈이다.
충무사 바로 곁에는 월송대가 자리하는데,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이순신 장군의 유해를 충남 아산으로 옮기기 전 약 열흘간 임시로 안치했던 장소다.
청동기 시대 거석·목조불상
충무사에서 발길을 옮기면 시간은 훨씬 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완도 고금도 지석묘군은 전라남도 기념물 제231호로 등록된 청동기시대 무덤군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완도군 고금면 고금로936번길 47-1 일원에 넓게 분포한다.
이 일대에서는 마제석검과 칼돌, 대팻날 형태의 석기류가 함께 수습돼 당시 생활상을 짐작하게 한다. 다만 지석묘군 상당수가 사유지와 농경지에 걸쳐 있어 무단으로 들어가지 않고 눈으로만 살피는 편이 좋다.
섬 안쪽에는 또 다른 문화유산인 수향사도 있는데, 이 사찰에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목조관음보살좌상이 봉안돼 있어 불교문화의 흔적까지 한 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리로 이어진 섬과 섬
과거 배로만 오갈 수 있었던 고금도는 이제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다. 1999년 착공해 2007년 6월 개통한 고금대교는 왕복 2차로에 총길이 760m 규모이며, 이 다리 덕분에 통행시간이 35분가량 단축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7년에는 주탑 두 개를 세운 사장교 형태의 장보고대교가 개통돼 고금도와 신지도까지 이어졌다.
두 다리를 잇달아 건너면 완도 본섬에서 고금도를 거쳐 신지도까지 한 번에 도로로 닿을 수 있는 셈이다. 강진만 남쪽에 자리한 고금도는 완도, 신지도, 조약도와 이웃하며 초완도, 넙도, 고마도 같은 부속섬까지 거느린 다도해의 한 축이다.
전체 면적 43.23km²에 해안선 길이만 80.3km에 달하고, 섬에서 가장 높은 청용산은 해발 246m로 완만한 편이다.
33개 행정리에 총 4,111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다리가 놓인 뒤에도 섬 고유의 조용한 생활 리듬은 크게 흔들리지 않은 듯하다.
충무사는 휴무일 없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관람료는 무료이고 주차도 가능해, 마음만 먹으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 섬에서 전쟁의 끝과 선사시대의 시작을 동시에 마주하는 경험은 흔치 않다. 고금도는 단순한 관광지라기보다, 다리 하나로 연결된 시간의 지층에 가깝다.
사당 앞에서는 예의를 갖추고, 지석묘군 앞에서는 사유지 경계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이 섬이 지켜온 시간을 존중하는 셈이 된다. 다리가 있어 접근은 쉬워졌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의 무게까지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여름뿐만 아니라 가을바람이 선선해질 무렵, 두 다리를 건너 고금도 안쪽까지 천천히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Comments
deepbluesky
08.13 08:23
이엔짱
08.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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