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뮤지엄산
원주 뮤지엄산
산길 자체가 작품이 되는 이색명소
미술관이라 하면 흔히 흰 벽에 그림 몇 점 걸린 실내 공간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정해진 동선을 따라 작품을 훑어보고 나오는, 그 익숙한 그림이다.
조명 아래 놓인 캔버스를 눈으로 훑고 나면 관람이 끝나는, 예상 가능한 흐름이다. 하지만 강원특별자치도 원주 산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그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다.
해발 275m 산기슭에 들어선 이 전원형 뮤지엄은 부지 면적만 7만 2,000㎡에 이르는데, 이 넓은 땅 위에 실내 전시실은 오히려 전체 경험의 일부로 놓여 있을 뿐이다.
주요 지점을 지나는 관람로 길이는 2.1km에 달하고, 이를 다 걸어서 돌아보려면 약 2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이곳이 단순한 실내 감상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관람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까운 이 여정이야말로 이 공간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뮤지엄산
2013년 처음 문을 연 원주 뮤지엄산(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2길 260)은 한국관광 100선에도 선정될만큼 독특하고,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SAN'은 공간(Space)과 예술(Art), 자연(Nature)의 앞 글자를 딴 약어로 알려져 있는데, 이 세 요소가 실제로 하나의 유기체처럼 얽혀 있다는 점이 방문 전 짐작과 가장 다른 부분이다.
건축은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맡았으며, 본관은 사각·삼각·원형 형태의 공간이 4개의 윙(wing) 구조로 서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벽을 따라 걷다 보면 방의 형태가 계속 바뀌면서 건축 자체가 하나의 전시처럼 다가온다.
야외로 나서면 신라시대 고분에서 영감을 얻은 9개의 스톤 마운드가 놓인 스톤가든이 펼쳐지는데, 인공적으로 다듬은 조경이라기보다 능선의 연장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결국 실내와 실외, 건축과 자연이 경계 없이 이어지는 구조 자체가 이 공간의 정체성인 셈이다.
파피루스 온실부터 백남준까지
전시 내용 역시 회화 감상에 그치지 않는다. 종이박물관 내부에는 파피루스를 직접 재배하는 온실이 마련돼 있는데, 세계 최초로 조성된 형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종이의 기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드문 공간인 셈이다.
여기에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어, 전통 소재와 현대 매체가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한다. 부지 한편에는 빛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별도로 설치돼 있는데, 다만 이 공간에서는 사진 촬영이 전면 금지된다.
오직 눈과 몸으로만 그 빛을 받아들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명상관은 사전 예약자에 한해 선착순으로 발권되는 방식이라 즉흥적인 방문보다는 계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편 이곳은 드라마 '마인'과 배우 공유가 등장한 카누 CF의 촬영지로도 활용된 바 있어, 화면 속 익숙한 풍경을 실제로 걸어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패스권 종류와 우천 시 대안
관람 방식이 다양한 만큼 요금 체계도 세분돼 있다. 기본 패스권은 대인 23,000원, 소인(초·중·고) 15,000원이며 어린이는 5,000원, 유아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여러 전시관을 아우르는 통합권은 대인 46,000원, 명상관 등이 포함된 단일 패스권은 대인 39,000원, 스페셜 패스권은 39,000원부터 46,000원까지, 최상위 시그니처권은 59,000원에 이르는 등 선택지가 촘촘하다.
비 오는 날에도 발길을 돌릴 필요는 없는데, 우산을 무료로 대여해 주는 서비스 덕분에 빗방울이 이는 워터가든을 색다른 운치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표는 오후 5시에 마감되고,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라 방문 전 요일 확인이 필요하다.
웰컴센터에서 시작해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 본관과 카페테라스, 스톤가든과 명상관을 거쳐 제임스터렐관으로 이어지는 순환 동선을 따르면 하루 안에 전체 공간을 무리 없이 둘러볼 수 있다.
산길과 정원, 건축과 빛이 하나로 엮인 이 공간은 결국 '얼마나 오래 보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걸으며 느꼈는가'로 완성된다. 실내 전시 몇 점을 스치듯 지나는 관람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계절의 공기와 빛의 변화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경험이다.
Comments
이엔짱
08.07 16:10
인커밍
08.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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