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중산리계곡
산청 중산리계곡
지리산 청정수로 즐기는 여름 물놀이
해변은 파라솔 값이 붙고 수영장은 입장료 줄이 길다. 반면 지리산 자락의 어느 계곡은 주차와 입장이 모두 공짜인 채로, 여름철에만 물놀이를 허락한다.
물은 얼음처럼 차갑고, 소(沼)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4m 깊이로 파여 있다. 경상남도 산청군 중산리계곡 이야기다.
도심의 인공 물놀이터와는 조건 자체가 다른 이곳은, 국립공원이 정한 규칙 안에서만 몸을 담글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여름이다. 접근부터 등산 연계까지, 이 계곡을 제대로 즐기는 순서를 따라가 본다.
중산리계곡
중산리계곡의 공식 주소는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일대이며, 방문객이 부담을 느낄 만한 첫 관문인 주차료와 입장료가 전액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에는 도보로 약 5분만 걸으면 계곡 진입로에 닿을 수 있어, 준비물만 챙기면 곧바로 물가에 이를 수 있는 접근성을 갖췄다.
다만 무료라는 이유로 방문객이 몰릴 수 있는 만큼, 성수기 주말에는 주차 여건을 감안해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빨치산 흔적 품은 생태탐방로
지리산 남쪽 자락에 자리한 이 계곡은 국가유산 명승이자 지리산 국립공원 구역이다.
물놀이에 앞서 걸어볼 만한 곳이 중산두류생태탐방로인데, 이 구간에는 경남자연학습원과 함께 빨치산 토벌코스 제1체험코스가 마련돼 있어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접할 수 있다.
지류인 순두류 일대는 과거 화전민이 산삼과 인삼을 재배하던 터전이었으며, 한국전쟁 직후에는 빨치산 활동지였다.
이 길목의 공원매표소 옆에는 민간인 최초로 지리산 탐방로를 개척한 허만수 선생의 기적비가 세워져 있어, 무심히 지나치기보다 잠시 멈춰 볼 만하다.
4m 소가 만들어진 두 물줄기
계곡의 깊은 소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해발 1,750m 장터목 산희샘에서 발원한 법천계곡이 법천폭포와 유암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린다.
천왕봉과 중봉 사이 암벽에서 시작된 용추계곡이 용추폭포를 거쳐 합류하면서 최대 수심 4m가 넘는 깊은 소가 형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놀이 공간은 아무 때나 열려 있지 않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한시적 물놀이는 매년 7월부터 8월까지 여름철에만 허용되며, 지정 구간은 두류생태탐방로 차단기 입구부터 산청군 우량경보국까지 약 150m에 불과하다. 지정 구간을 벗어난 곳은 안전상 출입이 통제된다.
표지판을 확인한 뒤 허용된 구간 안에서만 물에 들어가야 한다. 수심이 깊은 만큼 구명조끼가 한정 수량으로 대여되니 서두르는 편이 안전하며, 환경 보호를 위해 계곡 내 취사 행위는 전면 금지되는 만큼 완제품 음식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요령이다.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최단 등산로
물놀이만으로 아쉽다면 걸음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중산리계곡은 해발 1,915m에 이르는 지리산 천왕봉으로 향하는 가장 짧은 거리의 등산 코스 관문이기도 하다.
조선 시대 학자인 김종직, 조식, 김일손 등이 바로 이 계곡을 지나 천왕봉에 올랐다는 기록이 전해지는데, 수백 년 전 선비들이 걸었던 길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밟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로타리대피소와 천왕봉, 장터목, 촛대봉, 세석고원을 거쳐 거림으로 하산하는 종주 코스는 도상거리 약 16.2km에 10시간가량이 소요돼, 하루를 온전히 산에 내주어야 하는 여정이다.
천왕봉 일대 역시 연중 개방되지만 주차 시 유료 요금이 부과되므로, 계곡 물놀이와 등산을 함께 계획한다면 요금 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지리산이 허락하는 물놀이는 계산기를 두드려 정한 개장 기간이 아니라, 두 봉우리 사이 물줄기가 채워지고 비워지는 자연의 시간표를 따른다.
여름이 지나면 계곡은 다시 등산객만 스쳐 가는 조용한 물길로 돌아간다. 올여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청정 계곡을 찾는다면, 여름이 끝나기 전에 지정 구간과 구명조끼 착용 규칙을 확인하고 방문 일정을 잡아두는 편이 좋다.
Comments
이엔짱
08.03 14:57
rmflawk
08.0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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