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명옥헌 원림
담양 명옥헌 원림
배롱나무와 물소리의 정원
한여름 볕이 정수리를 내리쬐는 7월 말, 전라남도 담양의 한 마을 어귀에는 붉은 기운이 번지고 있다. 네모난 연못 수면 위로 만개한 백일홍이 비쳐 들고, 그 옆 계곡에서는 옥구슬 부딪히는 듯한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 소리 덕분에 붙은 이름이 바로 명옥헌(鳴玉軒)이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땀이 흐르지만, 정자에 다다르면 그 수고가 아깝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차량 대신 두 발로 걸어야 하는 이유
명옥헌 원림에 가려면 먼저 마을 입구 전용 주차장(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435-2)에 차를 세워야 한다.
이곳부터 정원까지는 약 500~600m로, 일부 공개 자료에서는 도보로 10분 남짓 걸린다고 안내되는데,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마을 안쪽으로 차량 진입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한여름 땡볕 아래 걷는 길이 마냥 수월하지만은 않지만, 덕분에 정원 안팎의 고요와 원형이 오롯이 지켜지는 셈이다. 걷는 동안 지루하지만은 않다.
길 입구 연못가에는 수령 400년에 달하는 느티나무와 버드나무숲이 후산마을을 지키듯 자리해 그늘을 드리우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바람이 더위를 잠시 잊게 한다. 주차장이 무료로 운영되는 점도 이 불편함을 상쇄하는 요소다.
방지원도 연못에 담긴 우주관
정자 앞뒤로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 사상을 형상화한 방지원도형 연못이 자리한다.
남북 약 40m, 동서 약 20m 크기의 네모난 중심 방지 한가운데에는 자연석으로 된 원형 섬이 떠 있으며, 못 가장자리와 아래쪽으로는 배롱나무가 ㄱ자형으로 열을 이루며 심어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위아래 연못의 조성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대형 우물처럼 보이는 상부 연못은 인공 석축 없이 땅을 깊게 파내어 만들었고, 하부 연못은 암반의 자연 경사면을 그대로 살려 둑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여기에 시냇물 소리가 더해지면서 시각과 청각이 함께 어우러지는 별서 정원의 정취가 완성된다.
100일 동안 피고 지는 붉은 꽃
배롱나무꽃은 7월 초 개화를 시작해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 사이 절정을 이루고, 9월까지 붉게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00일 가까이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이라 불리며, 가지를 만지면 흔들린다 하여 '간지럼나무', 꽃이 질 무렵 쌀밥을 먹는 시기와 겹친다 하여 '쌀밥나무'라는 별칭도 함께 붙었다.
이 붉은 물결 너머에는 조선 중기 문신 오희도가 머물던 터가 있으며, 아들 오이정이 1652년 전후로 정자와 연못을 조성하며 지금의 원림이 형성됐다.
정자 안에 걸린 '삼고(三顧)' 현판은 인조가 오희도를 얻기 위해 세 번이나 찾았던 일화를 담고 있으며, 오른쪽 계곡 바위에는 우암 송시열이 새긴 '명옥헌 계축' 글씨가 여전히 남아 있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언제든 무료로 열려 있는 공간
명옥헌 원림은 약 13,484㎡(1.35ha) 규모로 조성돼 있으며, 2009년 9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58호로 지정된 이래 매표 관리인이나 담장 없이 개방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관람 시간은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료 또한 따로 받지 않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다만 개방적인 만큼 방문객 각자의 배려가 정원의 원형을 지키는 힘이 되며, 시설 관련 문의는 담양 명옥헌 원림(061-380-3752)이나 담양군 관광안내소(061-380-3114)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배롱나무가 절정에 이르는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 오전 이른 시간을 택해 걷는다면 더위와 인파를 동시에 피하며 물소리와 꽃빛이 겹치는 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Comments
찰져81
07.29 14:25
이엔짱
07.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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