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전동성당
전주 전동성당
순교 성지 위에 세운 근대 건축의 정수
전주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곡선을 그리는 기와지붕들 사이로 낯선 풍경이 솟아오른다. 하늘을 향해 뻗은 붉은 벽돌 첨탑,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이 대비는 전통과 근대가 한 공간에서 만난 흔적이다.
여름 햇살 아래 붉은 벽돌이 유난히 짙게 빛나는 이곳은 단순한 포토스팟이 아니다. 관광객들 사이로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 광장에서, 정작 첨탑 아래 새겨진 시간의 무게를 아는 이는 드물다.
한옥마을을 걷다 마주친 이방인 같은 건축물에 발길을 멈추고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으로 이곳을 다 봤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붉은 벽돌 하나하나에는 전주읍성이 헐리던 시절의 흔적과 신앙을 지키다 목숨을 내놓은 이들의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 있다.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조선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풍경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전동성당
이 자리는 1791년 신해박해 당시 한국 최초의 순교자로 알려진 윤지충과 권상연이 목숨을 잃은 장소다.
이후 1801년 신유박해 때는 유항검과 윤지헌 등 신자들이 전주 풍남문 밖 처형장에서 순교했는데, 두 차례의 박해가 이 일대를 신앙의 상징적 공간으로 남긴 셈이다.
1891년 보두네 신부가 이 순교 터를 매입했고, 여러 해의 공사를 거쳐 1914년 전동성당 건립이 완료됐다.
순교자들의 죽음과 성당의 건립 사이에 놓인 시간을 되짚어보면, 이곳이 단순한 종교 건축물이 아니라 기억을 붙잡아둔 장소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호남 지역 서양식 근대 건축물 중 전동성당은 가장 큰 규모와 오래된 역사를 지닌 건물로 꼽힌다.
비잔틴과 로마네스크가 만난 건축미
전동성당(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51)은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형태를 띤다.
건축 도면은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가 작성했으며, 실제 시공에는 중국 기술자들이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건축 자재의 출처다.
풍남문 근처 전주읍성이 철거되던 당시 나온 성벽 돌이 주춧돌로 쓰였고, 성벽의 흙을 구워 만든 벽돌이 건물 곳곳에 사용됐다.
옛 도성의 흔적이 성당이라는 새로운 건축물 안에 스며든 셈이다. 이러한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제관과 풍남문까지 동선
전동성당 사제관은 1929년 성당 2대 주임신부였던 라크루가 전동성당의 사제관으로 건축했다. 사제관은 르네상스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절충된 최신의 서양식 건축물이었으며, 규모는 지상 3층이고 공사비는 15,000원이 소요됐다.
현재 초기의 건축물 형태를 전체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외관이 아름다운데,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과거 주교좌성당의 교구청 역할을 했던 이 건물은 지금은 신부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성당에서 도보로 이어지는 풍남문 역시 함께 둘러볼 만한데, 연중무휴로 운영되지만 주차는 불가능해 대중교통이나 도보 이동이 낫다.
전주시 풍남동과 교동 일대에 걸쳐 700여 채의 한옥이 자리한 한옥마을은 1977년 한옥마을보존지구로 지정됐다고 알려져 있다.
낮과는 다른 얼굴
전동성당 내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평일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새벽 6시와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1시에 미사가 있으며 토요일 오후 4시에는 순례자 미사, 오후 6시에는 초·중·고등부 미사가 이어진다.
주일에는 새벽 6시, 오전 9시, 10시 30분 교중미사, 오후 5시까지 총 네 차례 미사가 봉헌돼 방문 시간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 특히 여름밤에는 전주시가 마련한 무료 프로그램을 활용해 볼 만하다.
전주시는 2026년 7월 10일부터 10월 11일까지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야간 도보 해설 투어 '소소하지만 다정한 여름밤 이야기'를 운영하는데, 매일 오후 7시 경기전 매표소 앞에서 두 개 코스로 출발한다.
전동성당은 사진 찍기 좋은 이색 건축물로만 소비되기엔 아까운 장소다. 붉은 벽돌 한 장, 주춧돌 하나에도 전주읍성의 해체와 순교자들의 죽음이라는 두 겹의 역사가 눌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겉모습의 이질감을 낯설게만 느끼고 지나치기보다, 그 이질감이 어디서 왔는지를 따라가 보는 편이 이 공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방법에 가깝다.
올여름 전주를 찾는다면 낮에는 성당과 사제관, 풍남문을 잇는 도보 코스로 근대 건축의 결을 살피고, 해가 진 뒤에는 야간 해설 투어에 합류해보길 권한다.
Comments

생로병사
07.29 07:29
핸son
07.29 08:34

우슬비
07.29 10:55
이엔짱
07.29 13:49
찰져81
07.29 15:15
여행.사진 - 572페이지 목록
|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 추천 |
|---|---|---|---|---|---|---|
| 45719 | 사진 | Beautiful Landscape Photo 댓글 +3 개 |
놈그무
|
07.29 | 10 | 0 |
| 45718 | 사진 | Beautiful Landscape Photo 댓글 +4 개 |
놈그무
|
07.29 | 12 | 0 |
| 45717 | 사진 | Beautiful Landscape Photo 댓글 +4 개 |
놈그무
|
07.29 | 8 | 0 |
| 45716 | 사진 | Beautiful Landscape Photo 댓글 +4 개 |
놈그무
|
07.29 | 9 | 0 |
| 열람중 | 여행 | 전주 전동성당 댓글 +5 개 |
annalee
|
07.29 | 11 | 0 |
| 45714 | 여행 | 보령무궁화수목원 댓글 +5 개 |
annalee
|
07.29 | 12 | 0 |
| 45713 | 여행 | 서산 개심사 댓글 +5 개 |
annalee
|
07.29 | 12 | 0 |
| 45712 | 여행 | 순천 일일캠프닉타운 댓글 +5 개 |
annalee
|
07.29 | 10 | 0 |
| 45711 | 여행 | 제주 '생각하는 정원' 댓글 +5 개 |
annalee
|
07.29 | 14 | 0 |
| 45710 | 사진 | 태국, 푸켓(Phuket)섬 댓글 +5 개 |
이뽀나
|
07.29 | 11 | 0 |
| 45709 | 사진 | 태국, 푸켓(Phuket)섬 댓글 +4 개 |
이뽀나
|
07.29 | 10 | 0 |
| 45708 | 사진 | 태국, 푸켓(Phuket)섬 댓글 +4 개 |
이뽀나
|
07.29 | 8 | 0 |
| 45707 | 사진 | 태국, 푸켓(Phuket)섬 댓글 +4 개 |
이뽀나
|
07.29 | 9 | 0 |
| 45706 | 사진 | 태국, 푸켓(Phuket)섬 댓글 +3 개 |
이뽀나
|
07.29 | 8 | 0 |
| 45705 | 사진 | 4k풍경 + 4k사진 댓글 +5 개 |
anaudch
|
07.29 | 9 | 0 |
| 45704 | 사진 | 4k풍경 + 4k사진 댓글 +4 개 |
anaudch
|
07.29 | 7 | 0 |
| 45703 | 사진 | 4k풍경 + 4k사진 댓글 +4 개 |
anaudch
|
07.29 | 8 | 0 |
| 45702 | 사진 | 4k풍경 + 4k사진 댓글 +4 개 |
anaudch
|
07.29 | 12 | 0 |
| 45701 | 사진 | 4k풍경 + 4k사진 댓글 +4 개 |
anaudch
|
07.29 | 11 | 0 |
| 45700 | 여행 | 여행지 댓글 +3 개 |
SPINTHAT
|
07.29 | 13 | 0 |
| 45699 | 여행 | 여행지 댓글 +3 개 |
SPINTHAT
|
07.29 | 9 | 0 |
| 45698 | 여행 | 여행지 댓글 +3 개 |
SPINTHAT
|
07.29 | 8 | 0 |
| 45697 | 여행 | 여행지 댓글 +3 개 |
SPINTHAT
|
07.29 | 8 | 0 |
| 45696 | 여행 | 여행지 댓글 +3 개 |
SPINTHAT
|
07.29 | 10 | 0 |
| 45695 | 사진 | 여행 사진 댓글 +4 개 |
sharman
|
07.29 | 10 | 0 |
| 45694 | 사진 | 여행 사진 댓글 +3 개 |
sharman
|
07.29 | 10 | 0 |
| 45693 | 사진 | 여행 사진 댓글 +3 개 |
sharman
|
07.29 | 10 | 0 |
| 45692 | 사진 | 여행 사진 댓글 +3 개 |
sharman
|
07.29 | 9 | 0 |
| 45691 | 사진 | 여행 사진 댓글 +3 개 |
sharman
|
07.29 | 10 | 0 |
| 45690 | 사진 | Beautiful Landscape Photo 댓글 +3 개 |
놈그무
|
07.29 | 11 | 0 |






annalee
이뽀나
anaudch
SPINTHAT
sharm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