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물탱크 위에서 199명 사투…단양강 출렁다리가 품은 ‘아픈 역사’
지난 19일 국내 최장(617m) 출렁다리가 탄생했다. 충북 단양 ‘시루섬 기적의 다리’다. 이전까지는 충남 논산 탑정호의 출렁다리(600m)가 국내 출렁다리 250여 개 중에서 제일 길었다.
길이가 17m 더 긴 출렁다리가 생겼다는 건 사실 의미 있는 뉴스가 아니다. 전국 자치단체가 출렁다리 건설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이 기록도 조만간 깨질 터여서다. 국내 최장 출렁다리보다 더 중요하고 흥미로운 건 이 다리가 놓인 시루섬의 역사다. 다리 주탑이 서 있는 시루섬은 1972년 대홍수 때 주민이 합심해 대형 인명사고를 막았던 기적의 장소다. 지난 20일 시루섬을 다녀왔다.
누에 치던 섬 덮친 홍수
1972년 8월 19일 태풍 베티가 단양을 강타했다. 강수량이 많지는 않았으나 시루섬 상류의 상진대교가 붕괴됐다. 다리가 무너지면서 삽시간에 강이 범람했다. 수위가 별안간 불어나는 바람에 시루섬이 고립됐다. 주민은 물론이고 잠업 교육생 30명도 섬에 갇혀버렸다.
섬에 고립된 사람들은 불어나는 강물을 피해 가장 높은 지점으로 올라갔다. 6m 높이의 물탱크다. 면적 20㎡, 그러니까 6평 남짓한 물탱크 위에 199명이 올라섰다. 이른바 ‘국평(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84㎡ 면적 아파트 거실에 200명이 들어찬 꼴이었다. 199명은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팔짱을 끼고 서로를 지켰다. 강물이 발밑까지 차올라도 팔짱을 풀지 않았다. 물탱크에 오르지 못한 34명은 소나무 위에 얼기설기 널빤지를 깔고 구조를 기다렸다.
섬이 고립된 지 14시간이 지나서야 수위가 낮아졌고, 구조대도 도착했다.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으나 더 큰 인명 피해를 겪지 않은 건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물탱크 위에서 아들 잃은 여인
시루섬 기적의 다리는 단양읍 중심가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다. 일본 강점기에 만든 편도 1차선 터널 3개를 지나면 다리 주차장이 나온다. 시루섬의 역사를 보여주는 탐방센터가 다리 입구 역할을 한다. 탐방센터 앞에 갓난아기를 안은 채 슬픈 표정을 한 여성의 동상이 서 있다. 물탱크 위에서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압사(壓死)로 잃은 최옥희(88)씨 동상이다. 김사옥 단양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최씨는 참척의 고통을 당하고도 사람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내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리는 ‘치유’를 뜻하는 보라색으로 만들었다. 전국에 출렁다리가 워낙 많다 보니 출렁다리 걷는 재미가 대단하진 않다. 대신 300m를 걸으면 닿는 시루섬의 모습이 이채롭다. 사람 살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잡목과 칡넝쿨이 섬을 집어삼켰다. 거대한 초록 생명체가 꿈틀대는 것 같다. 기억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물탱크라도 남겼으면 좋으련만 충주댐 공사 당시에 철거했단다. 강 건너편에는 딱히 볼거리가 없다. 걸음을 되돌려 출발지로 돌아온다.
절벽길 걸으며 절경 감상
주차장에서 스카이워크까지 모노레일이 다니긴 하지만, 전망대 정상까지 가려면 나선형 경사로를 한참 걸어야 한다. 산책하듯 여유롭게 걷기에는 단양강잔도가 낫다. 남한강 절벽 중간에 설치한 편도 1.2㎞짜리 데크로드로, 수면 20m 높이에서 절벽을 걷는 맛이 남다르다. 데크로드를 걷다 보면 남한강 따라 펼쳐지는 단양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이와 함께라면 ‘수양개 선사유물 전시관’을 추천한다. 충주댐 건설과정에서 출토된 구석기 시대 유물이 전시돼 있다. 10월 8일까지 시루섬을 주제로 한 기획 전시도 진행한다. 전시관 한편에 개인이 운영하는 ‘수양개 빛터널’이 있다. 일제가 석회석 운반을 위해 지은 철로 터널에 조성한 관광지다. 조명이 화려하다.
단양구경시장에서 온갖 마늘 음식을 맛보는 것도 단양 여행의 색다른 재미다. 단양 마늘은 국내 최고 품질로 인정받는다. 큰 일교차과 석회 함량이 높은 황토 덕분이란다. 통마늘을 넣은 만두·닭강정·순대뿐 아니라 마늘 모양 커피와 마늘 아이스크림도 판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흑마늘의 궁합이 의외로 좋아 놀랐다.
■ 여행정보
「
김경진 기자시루섬 기적의 다리는 8월 말 현재 입장료가 없다. 10월께 유료화할 예정이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고, 화요일은 쉰다. 만천하 스카이워크 입장료 어른 4000원, 단양강잔도 무료. 수양개 선사유물 전시관 어른 2000원, 수양개 빛터널 어른 9000원. 전시관은 월요일, 빛터널은 화요일에 쉰다.
」
Comments
은하수
08.27 10:04
이엔짱
08.27 13:19
skeptic9
08.2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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