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령(한계령)
오색령(한계령)
양양10경 제3경의 봄 재개방
늦봄 어느 새벽,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산길에 불빛이 하나둘 늘어난다. 두꺼운 외투 깃을 세운 등산객들이 묵묵히 발을 옮기는 그 길은, 석 달 가까이 닫혀 있던 고갯길이다.
해발 1,004m 능선을 가로지르는 이 고개는 설악의 두 얼굴, 내설악과 남설악이 맞닿는 경계에 자리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강원도의 이름난 여섯 고개 가운데 오색령을 으뜸으로 꼽았다. 철령·추지령·연수령·대관령·백봉령을 제치고 최고라 평가한 이 고갯길은, 영동의 소금과 영서의 생필품이 오가던 교역로이기도 했다.
2026년 봄철 산불예방 탐방로 통제가 5월 15일 종료되며, 이튿날 새벽 3시부터 등산객을 다시 맞이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로도 지정된 이 고갯길은 지금이 가장 생동감 넘치는 계절이다.
내설악과 남설악의 경계, 오색령의 역사와 입지
오색령(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서면 대청봉길 1)은 양양군 서면과 인제군 북면·기린면이 맞닿는 경계에 자리한 해발 1,004m의 고갯길이다.
마을에 다섯 빛깔 꽃이 피는 나무가 있어 오색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양양에서는 오색령으로, 인제에서는 한계령으로 달리 불리며 오랜 세월을 거쳤다.
1968년 육군 공병단이 착공해 1971년 11월 44번 국도로 개통됐으며, 1981년 양양~인제 구간 도로포장공사가 준공되며 오늘날의 형태를 갖추었다. 양양10경 중 제3경으로 지정된 이 고갯길은 설악산 국립공원의 품 안에 온전히 안겨 있다.
대청봉 최단 코스와 설악 능선이 펼치는 풍경
한계령 휴게소(해발 약 920m) 뒤편 한계령탐방지원센터에서 이어지는 등산로는 대청봉으로 향하는 최단 코스 기점이자 점봉산 정상으로 오르는 탐방로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능선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내설악의 거대한 암릉이 펼쳐지며, 동쪽으로는 동해 수평선이 아스라이 걸쳐 있어 두 세계를 동시에 바라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4월 초순까지 산 중턱에 잔설이 남아 설경을 이루고, 봄이 깊어지면 산벚꽃이 능선을 물들이며 여름엔 신록과 계곡이 그 자리를 채운다.
정덕수 시인이 열여덟 나이에 쓴 시 「한계령에서」가 훗날 양희은의 노래로 세상에 알려진 것도 이 풍경이 품은 깊이 덕분이었을 것이다.
드라이브 코스와 휴게소에서 누리는 고갯길의 정취
차로 고개를 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 된다. 44번 국도 구간의 급경사 연속 커브는 초보 운전자에게 주의가 필요하지만, 커브마다 달라지는 풍경은 그 긴장감을 금세 잊게 만든다.
휴게소에는 식당·카페·기념품점과 함께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으며, 백두대간 오색령 표지석 앞에서는 고갯길의 지리적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주차장은 무료로 개방되어 부담 없이 쉬어 갈 수 있으며, 쉼터는 연중무휴 상시 개방된다. 식당과 카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계절과 기상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탐방로 이용 시간과 방문 전 확인 사항
2026년 봄철 산불예방 탐방로 통제는 3월 4일부터 5월 15일까지 이어졌으며, 5월 16일 새벽 3시부터 전면 재개방됐다. 통제 구간이었던 마등령~한계령 14.7km를 포함한 고지대 탐방로가 모두 열렸다.
하절기(4~10월) 탐방로 입산 가능 시간은 오전 3시부터 낮 12시까지이며, 동절기(11~3월)에는 오전 4시부터 10시까지로 좁아진다. 대피소 예약자는 통제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입산이 허용된다.
별도로 흘림골은 2026년 4월 1일부터 예약제로 운영 중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양양 관광안내소(033-670-2397)에서 방문 전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오색령은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도, 고개를 넘는 사람에게도 저마다 다른 기억으로 남는 곳이다. 조선 선비가 최고의 고개로 꼽았던 그 풍경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능선 위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다.
봄 신록이 1,000m 고지까지 번져 오른 지금, 이 고갯길에서 오래 기억될 하루를 만들어 보길 권한다.
Comments
shutel
05.20 08:11
공룡
05.20 12:16
tom99
05.2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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