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만장굴
제주 만장굴
정비 마치고 2년 5개월 만에 재개장
한여름 뙤약볕 아래 걷다 동굴 입구에 다가서면 서늘한 바람이 먼저 마중 나온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피부에 닿는 순간, 바깥의 열기는 순식간에 잊히고 그 자리를 오래된 어둠 특유의 서늘함이 채운다.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다시 열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어둠 속을 걷는 발걸음은 예전과는 조금 다른 무게를 지닌다.
제주 구좌읍의 만장굴이 121억 원을 들인 안전 정비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면서, 오랜 시간 자연이 빚어낸 용암동굴을 한층 편안한 걸음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으로 이름을 올린 이 동굴은, 2년 5개월간의 공사 끝에 예전과는 다른 얼굴로 관람객을 맞는다.
만장굴
만장굴(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길 182)은 매표소를 거쳐 입장한다. 관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이며, 매월 첫째 주 수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라 방문 전 날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입장료는 성인 4,000원, 청소년과 어린이는 2,000원으로 8월 현재 책정되어 있다. 무엇보다 동굴 내부 기온이 연중 9~17℃ 안팎에 머물기 때문에, 바깥이 아무리 무더워도 얇은 긴팔 겉옷 하나쯤은 챙기는 편이 좋다.
서늘함과 습기가 동시에 느껴지는 만큼 준비 없이 들어섰다가는 금세 한기를 느끼기 쉽다.
걷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번 정비의 핵심은 제2입구에서 용암석주까지 이어지는 약 1km 구간이다. 이 전 구간에 평탄한 데크와 안전 난간이 새로 놓이면서, 울퉁불퉁한 바닥을 조심스레 디디던 과거와 달리 한결 안정적인 걸음이 가능해졌다.
조명도 저조도 LED로 전면 교체됐는데, 이는 단순한 밝기 조정이 아니라 동굴 내부 녹색오염과 이끼 번식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폭 18m, 높이 23m에 달하는 주 통로에 들어서면 그 규모에 압도되며, '만쟁이거멀'이라는 옛 지명에서 이름을 물려받은 이 공간이 왜 특별한 보호 대상인지 실감하게 된다.
실제로 만장굴은 1962년 12월 3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데 이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으로도 등재된 바 있다.
7.6m 용암석주와 무료 해설
1km 지점에 다다르면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는 높이 7.6m의 용암석주가 모습을 드러낸다. 용암이 굳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 거대한 기둥은 만장굴 탐방의 하이라이트로, 눈앞에서 마주하면 자연의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가늠하게 만든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현장 신청을 통해 무료 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어, 형성 과정과 지질학적 의미를 함께 들으면 관람의 깊이가 달라진다.
해설사의 설명을 곁들이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화산섬 제주의 형성 원리까지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거문오름까지 이어지는 용암의 길
만장굴은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흘러내리며 만들어졌으며, 전체 길이는 7.4km에 이른다. 동굴 관람만으로 아쉽다면 그 발원지인 거문오름(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569-36)까지 발걸음을 옮겨볼 만하다.
탐방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주차 시설도 갖추고 있어 접근이 어렵지 않다. 다만 매주 화요일과 설·추석 연휴에는 휴무이고, 기상이 나쁘면 전면 통제되는 만큼 방문 일정은 미리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용암이 흘러간 자리를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화산섬 제주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췄는지 몸으로 확인하는 경험에 가깝다. 새로 놓인 데크와 조명은 그 경험을 더 많은 사람에게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서늘한 동굴 속에서 잠시 더위를 식히고 거문오름까지 이어지는 용암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도 여름을 나는 색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Comments

푸른빗
08.08 17:05
JinB
08.08 20:35
인터봉지
08.09 08:16
인커밍
08.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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