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미암사
부여 미암사
입장료 걱정 없이 편히 머무는 고요한 산사
한여름 뙤약볕 아래 계곡 물소리를 따라 산길을 오르다 보면, 불현듯 눈앞에 거대한 와불이 나타나는 순간이 있다. 충청남도 부여군 내산면, 계향산 자락에 자리한 미암사가 그런 곳이다.
입장료 걱정 없이 하루쯤 마음 편히 둘러볼 수 있는 산사를 찾는다면 이만한 선택지도 드물다. 자가용을 몰고 가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접근 방식부터 사뭇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비용 부담 없이 문화유산과 자연을 동시에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늦여름 나들이객의 발길을 이끄는 이유다.
미암사
사찰로 이동하는 방법에 따라 길 위에서 느껴지는 경험도 확연히 갈린다. 차량으로 방문할 경우 사찰 들어가는 입구 주변의 주차 공간과 도로변을 비용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대중교통 노선을 선택하면 걷는 시간이 소폭 늘어난다. 저동리 정류장 방향으로 운행하는 124번 농어촌 버스를 이용해 내린 뒤, 산길을 따라 11분가량 걸어 올라가는 코스다.
해발 363m 높이의 계향산 7부 능선에 다다르는 길이라 도보 이동 중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승용차의 간편함이나 대중교통이 주는 고즈넉함 가운데 무엇을 골라도 절집에 들어설 때의 울림은 변함이 없다.
602년 창건설 품은 계향산 산사
미암사(충청남도 부여군 내산면 성충로미암길 128)는 대한불교대각종 소속 사찰로, 602년 창건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유서가 깊다.
다만 여러 차례 화재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은 뒤 1967년 다시 세워졌으며, 쌀바위 전면에 정면 3칸과 측면 2칸으로 구성된 법당을 중건하고 요사채를 정비한 시기는 1975년이다.
1996년에는 종단이 대한불교법화종에서 대한불교대각종으로 바뀌었고, 1997년에는 법당과 강당 기능을 겸한 건물 1동과 요사채 2동, 용왕전 1동이 잇달아 건립됐다.
2015년에는 대지장전이 조성됐다고 전해지며, 2023년 6월에는 전통사찰로 지정됐다. 오랜 세월 여러 번의 중창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춘 셈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연중무휴로 개방되고, 관람 가능 시간은 일출 이후부터 일몰 이전까지다.
2만 불상, 250인 금불상 길
미암사의 상징은 단연 길이 30m, 높이 7m에 달하는 대형 와불이다. 2005년 4월 점안식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이 와불은 규모만으로도 압도적이지만, 진짜 볼거리는 내부에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법당 공간에는 작은 불상이 무려 2만 개나 봉안돼 있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불상의 행렬이 끝없이 펼쳐진다.
와불에 다다르기 전 사찰 입구 진입로에는 금불상 250인이 늘어서 있고, 이 길을 지나면 부처의 진신 사리탑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 와불 위쪽 작은 토굴의 용왕전, 경내 연못에 세워진 문수동자 조각상과 달마상대작비까지 더해지면서 짧은 동선 안에 다채로운 볼거리가 촘촘히 채워진다.
쌀 나온 전설 담긴 쌀바위
미암사라는 이름 자체가 암벽에서 쌀이 나왔다는 전설을 지닌 쌀바위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높이 약 30m에 이르는 이 바위는 대규모로 돌출한 석영 바위로, 자연 풍화 작용으로 붉은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예로부터 음경석·촛대바위·부처바위라는 별칭으로도 불려 왔다.
한때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17호로 소개된 이력이 있으나, 현재는 국가유산포털에 충청남도 자연유산으로 새롭게 기록돼 있으며 면적 125.9㎡, 지정일 2024년 10월 21일, 관리자는 미암사로 안내된다.
쌀바위 앞에 자리한 관음전은 본래 산신각으로 쓰이던 건물을 개보수해 만든 공간으로, 신앙과 전설이 공존하는 이 일대의 분위기를 더욱 짙게 만든다.
산속 깊이 자리한 절 하나가 이렇게 다층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은, 규모나 비용을 떠나 방문의 의미를 되짚게 한다. 늦여름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시기, 계향산 7부 능선까지 오르는 길은 걷기에도 한결 수월해진다.
자가용이든 버스든 시간을 내어 오른다면, 비용 부담 없이 하루를 온전히 채울 수 있는 산사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Comments
이엔짱
08.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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