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골굴사
경주 골굴사
'한국의 둔황석굴'로 불리는 절벽 사원
이른 아침 함월산 자락에 옅은 안개가 걸리면 절벽 전체가 살아있는 듯 꿈틀댄다. 층층이 뚫린 열두 개의 구멍 사이로 스님들의 아침 예불 소리가 새어 나오고, 그 위로는 신라 시대 조각된 마애여래좌상이 말없이 아래를 내려다본다.
경상북도 경주시 문무대왕면에 자리한 골굴사는 입장료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공간이지만,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미리 알아두는 편이 좋다.
가파른 암벽을 타고 올라야 마주할 수 있는 석굴과 문화재가 이 절을 특별하게 만든다.
골굴사
골굴사(경상북도 경주시 문무대왕면 기림로 101-5)의 매력은 절벽 자체에 있지만, 그만큼 접근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암벽 정상으로 이어지는 탐방로가 가파른 구간을 포함하고 있어 평소 운동을 즐기지 않는 방문객이라면 다소 숨이 찰 수 있다.
이 때문에 편한 운동화와 가벼운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권장되며, 슬리퍼나 굽 있는 신발로는 오르기 쉽지 않다. 다만 입장료가 없다는 점은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다. 경주IC에서 감포 방면으로 약 40분 이동하면 전용 주차장을 갖춘 골굴사에 닿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0-1번이나 150번 버스를 타고 안동.기림사.골굴사 정류장에 내려 약 20분을 걸어야 한다. 화장실도 마련돼 있어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절벽 속 열두 개의 석굴
가파른 길을 오른 보람은 절벽 자체에서 나온다. 함월산 기슭의 안산암질 응회암 절벽은 오랜 세월 풍화를 겪으며 타포니라 불리는 자연동굴을 곳곳에 만들어냈고, 이 지형을 따라 12개의 석굴이 층층이 배치돼 있다.
약 1,400년 전 광유선인 일행이 서역이나 인도에서 건너와 이 석굴을 불교 수행 공간으로 가꾸었다는 전승이 전해지는데, 인도의 석굴사원 형식을 본떠 조성된 국내 최초의 석굴사원으로 소개되며 '한국의 둔황석굴'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흥미로운 점은 불국사가 완성되기 약 200년 전에 이미 사원 형태를 갖추었다는 설명이다.
절벽 가장 높은 곳에는 신라 시대 조각된 마애여래좌상이 자리하는데, 높이가 약 4m에 달하며 1974년 12월 30일 보물 제581호로 지정됐다. 이 지형은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관광지 정보에도 포함돼 있어 지질학적 가치까지 함께 지닌 셈이다.
선무도 시연과 수행 체험
골굴사가 단순한 유적지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수행 전통 때문이다. 오랜 불교 무예인 금강영관에 바탕을 둔 선무도가 이곳을 거점으로 전승되고 있으며, 매일 오후 3시 대적광전에서 시연이 펼쳐진다.
다만 월요일에는 시연이 진행되지 않으니 방문 요일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절벽과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작들은 단순한 무예 시범을 넘어 신라 이래 이어져 온 수행 문화를 눈앞에서 보여준다.
여기에 템플스테이와 선무도 수련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돼, 하루 이상 머물며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기림사와 문무대왕릉, 함께 둘러보기
골굴사 탐방을 마쳤다면 차로 약 6분 거리의 기림사로 이동해볼 만하다. 경상북도 경주시 문무대왕면 기림로 437-17에 위치한 기림사는 하절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 오전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주차장이 있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
비로자나 삼신불을 봉안한 대적광전과 약사전, 오백나한을 모신 응진전, 임진왜란 당시 승군 지휘 본부로 쓰인 진남루까지 갖추고 있어 골굴사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시간이 남는다면 차로 약 15분 더 이동해 문무대왕릉까지 살펴보는 것도 좋다. 경상북도 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 26에 있는 이곳은 상시 개방에 연중무휴이며 주차와 화장실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수면 아래에는 남북 방향으로 놓인 길이 3.7m, 폭 2.06m의 거북 모양 돌이 있는데, 그 아래 문무왕이 잠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절벽을 오르는 수고로움은 골굴사가 품은 시간의 두께 앞에서 다르게 다가온다. 천사백 년 전 이역에서 건너온 이들이 새긴 흔적과 지금도 이어지는 수행의 몸짓이 한 공간에 겹쳐 있다는 점이 이곳을 단순한 절벽 사찰 이상으로 만든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편한 신발 한 켤레와 함께 오전 시간을 비워두고 오르길 권한다. 오후 3시 선무도 시연 시간에 맞춰 일정을 짜면 절벽과 무예, 그리고 동해안까지 하루 안에 담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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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08.3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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