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살곶이다리
서울 살곶이다리
조선 전기에 만든 다리 중 가장 큰 규모
서울숲에서 가을볕을 쬐며 걷다 보면 산책로 끝자락, 중랑천 물길 위에 낮게 엎드린 돌다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오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잠시 눈길만 주고 지나치지만, 자세히 보면 다리를 받치고 있는 돌기둥의 배열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다리가 사실은 조선 전기에 놓인 교량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숲의 초록빛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방향을 살짝 틀면 만나는 이 다리는, 도시숲의 여유와 옛길의 기억을 동시에 품고 있다. 산책의 마지막 코스로 삼기에도, 역사 답사의 시작점으로 삼기에도 손색없는 위치다.
살곶이다리
살곶이다리(서울특별시 성동구 행당동 81-1 일대)는 조선시대 한양과 동남지방을 잇던 주요 통로였다. 세종 2년인 1420년 5월 착공됐으나 공사가 중단됐고, 성종 6년인 1475년에야 재공사가 시작돼 성종 14년인 1483년 마침내 완공됐다.
세종 대에 시작해 성종 대에 이르러 결실을 본 만큼 규모도 남달라서, 조선 전기 건립된 교량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꼽히며 다리를 떠받치는 돌기둥만 64개에 이른다.
이러한 역사적·구조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12월 23일 보물 제1738호로 지정됐다.
일부 자료에서는 평지를 걷는 듯 평탄하다는 뜻에서 제반교(濟盤橋)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전해지는데, 실제로 다리를 지탱하는 돌기둥은 흐르는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마름모 형태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당시 건축 기술의 정교함을 짐작할 수 있다.
홍수에도 살아남은 이유
살곶이다리는 완공 이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20년대 집중호우로 다리 일부가 유실되는 시련을 겪었으며, 이후 1970년대 들어 재건 작업이 이뤄지면서 오른쪽 구간은 콘크리트로 이어 붙여 복원됐다.
옛 모습과 근현대 보수 흔적이 한 다리 위에 공존하는 셈인데, 이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면 돌의 색과 질감 차이로 시대별 손길을 구분할 수 있다.
조선시대 학자 서거정이 남긴 ‘한도십영(漢都十詠)’에도 살곶이 일대가 꽃구경하기 좋은 장소로 언급됐을 만큼,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즐겨 찾던 풍경 명소였다.
지금도 살곶이다리에서 송정 제방길로 이어지는 길은 봄이면 벚꽃이, 가을이면 단풍이 물드는 산책로로 꼽히며, 왕복 기준 대략 1만 보·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숲, 다섯 얼굴의 도시숲
살곶이다리에서 걸어서 약 30분, 차로는 약 7분 거리에 자리한 서울숲(서울특별시 성동구 뚝섬로 273)은 2005년 개장한 약 15만 평 규모의 도시 생태공간이다.
문화예술공원, 생태숲, 자연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까지 다섯 개 테마로 구성돼 있어 하루 종일 걸어도 다 둘러보기 쉽지 않을 만큼 넓다.
특히 생태숲은 생태보전구역으로 지정돼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개방 시간이 길게 잡혀 있으며, 곤충식물원처럼 계절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달라지는 시설도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방문 전 알아야 할 정보
서울숲은 상시 개방·연중무휴에 입장료까지 무료로 운영되지만, 세부 시설별 이용 시간은 저마다 달라 주의가 필요하다.
생태숲은 오전 5시 30분부터 밤 9시 30분까지 개방되는 반면, 곤충식물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여기에 더해 곤충식물원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동절기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운영 시간이 줄어들고 입장은 오후 3시 30분까지만 가능해 겨울철 방문객이라면 특히 유의할 만하다.
5월부터 10월까지만 문을 여는 나비정원 역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월요일에는 쉰다. 주차 공간은 211대 규모로 마련돼 있어 대중교통뿐 아니라 자가용 방문객도 큰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가을 초입의 서울숲은 초록과 단풍이 뒤섞이며 계절의 경계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여기에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살곶이다리의 발자취를 더하면, 하루 나들이가 단순한 산책을 넘어 시간을 거슬러 걷는 경험이 된다.
도심 속에서 자연과 역사를 함께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동선인 만큼, 선선한 바람이 부는 지금이야말로 두 발로 직접 걸어볼 때다.
Comments
인커밍
09.06 11:45
공룡
09.0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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