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북올림뉴스레터]남편이 죽었을 때, 아내가 가장 많이 느낀다는 감정
1. 내 세상의 '지붕'이 사라지다
남편을 잃은 아내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슬픔'보다 '두려움'일지도 모릅니다. 평생 티격태격 싸우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지만, 그는 내 인생을 덮어주던 든든한 지붕이었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막아주고, 뙤약볕이 내리쬐면 그늘이 되어주던 그 거대한 존재가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머리 위가 뻥 뚫린 기분. 이제 세상의 비바람을 맨몸으로 맞아야 한다는 그 서늘한 공포가 눈물보다 먼저 가슴을 때립니다. "이제 누가 나를 지켜주나" 하는 막막함, 그것이 남편을 보낸 첫 번째 감정입니다.
2. 십 년을 그리워해도 닿을 수 없다
중국의 문장가 소동파는 아내를 잃고 10년 뒤 꿈에서 그녀를 만났지만, "서로 마주 보아도 말 한마디 못 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相顧無言, 惟有淚千行)"고 했습니다. 천하의 대문호도 지붕 잃은 슬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하물며 우리네 삶은 오죽할까요. 밖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만 오면 "여보, 나 왔어" 하며 내 편이 되어주던 사람. 그 사람이 없다는 건, 내 늙고 초라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안타까워해 줄 유일한 목격자가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소동파가 10년이 지나서도 피눈물을 흘린 건, 단순히 사랑했던 여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고단한 삶을 알아봐 줄 유일한 '내 편'이 세상에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3. 밤이 무서운 이유
지붕이 사라졌음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건 밤입니다. 코를 골며 안방을 쩌렁쩌렁 울리던 그 소음이, 사실은 나를 안심시키는 자장가였다는 걸 뒤늦게 깨닫습니다.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려도,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도 예전엔 무섭지 않았습니다. "영감이 있는데 뭐"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작은 부스럭거림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전구를 갈아 끼우는 일, 무거운 쌀포대를 하나 옮기는 일에서 속수무책으로 작아집니다. 그 일이 힘들다기 보다 나를 대신해 세상의 거친 일들을 막아주던 그 투박한 손길이 너무나 사무칩니다.
4. 홀로 삭혀야 할 비바람
소동파는 시의 마지막에서 '해마다 가슴이 끊어질 듯 아프다(腸斷處)'고 했습니다. 지붕 없는 집에서 산다는 건 그런 것입니다. 쏟아지는 비를 내 어깨로 다 맞아야 하고, 시린 바람을 내 가슴으로 다 막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버티는 것은, 그가 남기고 간 추억이 아직 집 구석구석에 묻어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붕은 날아갔지만, 당신이 평생을 바쳐 지켜주려 했던 이 집에서, 나는 당신을 기억하며 남은 비바람을 견뎌낼 것입니다. "여보, 거기선 비 맞지 말고 편안하시오." 이 한마디를 허공에 띄우며 오늘 밤도 문단속을 철저히 합니다.
Comments

청운적하
2025.12.09 19:07
호두밀크
2025.12.10 10:56
seoulpeople
2025.12.11 18:03
와우짱형
2025.12.20 09:05

방문객
01.14 07:19
인커밍
01.28 14:50
푸른땅
03.02 16:23
fewvdcfa
03.10 09:47
이자두
03.16 22:59
롤로로라
07.18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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